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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랑하는 강정! (Querida Gangjeong!), 사랑하는 성산! (Querida Seongsan!)

센터알리미 0 5,103 2020.03.16 15:41

아래는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장 김성환 신부가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 웹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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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강정! (Querida Gangjeong!), 사랑하는 성산!(Querida Seongsan!)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이 한 창이었던 때에,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조금만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구럼비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강정 앞바다에 있는, 길이 약 1.2 Km, 폭이 약 150인 통 바위이다. 제주에서는 이런 바위가 없었다. 이렇게 바위가 특이하다 보니, 강정마을 사람들은 구럼비에서 나오는 용천수를 떠서, 집에서 소원을 빌 때 쓰는 정화수로 사용했다. 또한, 강정마을 사람들은, 구럼비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또한, 구럼비는 강정마을 사람들에게는 쉼터의 자리요, 명상의 자리요, 놀이의 자리이었다.

 

나는 20117월 중순에 강정마을에 처음 오게 되었고, 그때 구럼비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구럼비를 처음으로 보는 순간 그 바위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구럼비에서 먹기도 하고, 구럼비에서 미사도 집전하고, 구럼비에서 자기도 했다.

 

국내외의 수많은 평화 애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201237, 구럼비를 깨는 첫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다. 해군은 구럼비 일부는 깨고, 구럼비의 나머지 부분에는 콘크리트를 타설해서 제주해군기지를 지었다. 구럼비가 깨어지기 전에도 많은 사람은 구럼비에 관해서 이야기했고, 구럼비가 깨어지고 구럼비 위에 해군기지가 건설된 이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은 구럼비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왜 그럴까? 단순히 제주에 하나밖에 없었던 영험한 바위이어서 그럴까?

 

아마도 많은 이유 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일일이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제주해군기지 건설목적,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 등, 하나같이 이해되지 않는 사건들로 인해서 오는 억울함의 총체가 구럼비라는 말을 통해서 표현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들은 계속 터진다. 해군은 지금의 해군 기지진입도로를 사용해도 충분한데, 또 하나의 진입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그 도로는 서귀포시 상수 원지 중의 하나인 냇길이소 위쪽을 지나간다. 수많은 먼지가 그 상수 원지를 오염시킬 것이다. 그 냇길이소 주변은 천연기념물인 원앙의 서식지이다. 수많은 원앙이 겨울철에 그곳으로 피신을 온다. 하지만, 제주 도정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당시 원앙 보호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래서 지난 1월에는 여러 마리의 원앙들이 죽어서, 지역의 지상파 언론들도 방송했고, 급기야는 영산강유역 환경청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공사를 중지시켰다.

 

환경영향평가라는 말이 나오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던 강정 주민들은 20127월에 대법원에서 내린 판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국방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국방부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 재판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실시계획 승인 전에 해군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그 전에 건설 승인이 떨어진 사건에 관한 재판이다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재판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그 당시 청와대와 거래를 했던 재판으로 드러났다.

 

그 이후 해군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지만, 요식행위이었다. 그 결과, 수많은 희귀 멸종 해양 동식물이 죽어갔고, 현재에도 죽어가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던 어떤 해녀의 말에 따르면, 요즈음 바다에 나가면 물건(전복, 소라 등 해녀들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바다 생물들)이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제주해군기지 근처의 바다는 죽어가고 있다.

 

2011,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현장에서 내가 들은 말이 있다. ‘해군기지가 생기면 공군기지가 생길 것이다. 왜냐하면, 해군기지를 보호하려면, 공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마 했던, 공군기지가 제주 제2공항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와 제주 도정은 제주 남동쪽에 있는 성산지역의 5개 마을에 공항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국토부는 작년에, 2045년 제주도 전체 항공수요를 3,890만 명으로 잡았다.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지금 있는 제주공항이 3,500만 명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3~400만 명의 수요 처리를 위해서 관광객 전용 보조공항을 하나 더 지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지역주민을 고향에서 내쫓고 농지를 파괴하고 희귀한 환경과 철새도래지를 다 없애면서 말이다.”

 

강정 주민들도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억울하게 국가에 땅을 빼앗기었다. 만약 제주 제2공항 건설이 확정된다면, 억울하게 땅을 빼앗길 성산지역의 주민들이 생겨난다. 2백만 평 이상의 땅 위에 뿌려지는 콘크리트 때문에, 또 얼마나 많은 땅밑에 생물들이 죽어갈 것인가? 또 수많은 종류의 하늘의 새들이 혼란을 느끼고, 또 공항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양의 오·폐수로 얼마나 많은 제주의 바다 생물들이 죽어가겠는가?

 

세계주교대의원들의 회의인 범 아마존 특별 회의의 후속 권고인 사랑하는 아마존(Querida Amazonia)‘ 창조주께 가 닿는 아마존 지역의 울부짖음은 이집트에서 울려 퍼진 그분 백성의 울부짖음과 비슷합니다(탈출 3,7 참조). 이는 종살이하는 버려진 이들의 울부짖음, 해방을 탄원하는 울부짖음입니다.”라고 했다. 제주해군기지로 억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강정 주민들과 연대자들, 해군기지로 죽어가고 있는 뭇 생명 들, 2공항 건설 논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성산지역 사람들과 연대자들, 또 제주 제2공항이 확정되면, 죽어 나갈 뭇 생명 들, 이들 모두가 아마존이 아닐까?

 

사랑하는 강정! (Querida Gangjeong!), 사랑하는 성산!(Querida Seong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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