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시민학교
+ 다섯번째 수업
2017년 6월 12일 월요일 저녁 7시
+ 키워드
그룹으로 일하기, 의사결정과정, 협력, 문제해결, 동의과정
'살아있는 시민학교' 벌써 다섯번째 수업이 열렸습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 2층 세미나실로 와서 동그랗게 원으로 앉는 것이 이제는 편안하고 친근해졌어요.
각기 다른 현장에서(삶의 터전에서) 열심히 살아가다 3시간의 시간을 위해 발걸음을 어디론가 향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선택이지요.
그럼에도 이 시간에서 경험할 것들을 기대하며 그 선택을 기꺼이 하는 이들이 모였습니다.
매 수업마다 동그런 원 안에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몇 가지를 둡니다. 예쁜 천 위에 또 예쁜 꽃이 주로 놓여지지요.
이것 역시 참여하는 이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것들이 되었는지 한두 사람이 다른 곳에서 꽃을 가져와서 풍성해졌어요.
저희가 원으로 앉는 이유 중에 하나는 모두가 수평한 위치에 있음을 공간 구도에서 경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누구도 교실의 앞을 점유하고 있지 않고 그리고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자리를 두지도 않습니다.
모두의 얼굴이 보일 수 있도록, 모두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그렇게 앉는 것이지요.
이번 다섯번째 수업에서는 도전과 긴장이 찾아옵니다. 그에 앞서 몸을 좀 풀었어요.
교실에 가져온 하루의 피로, 무거운 몸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는 부담감, 어떤 활동을 하게 될 지 모르는데서 오는 긴장감까지
마음의 위축은 몸을 축소시키기도 하지요. 사고의 축소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몸으로 표현해봤어요. 나에게 힘을 주는 이름을 몸으로 크게 불러보았지요.
친구들도 함께 똑같이 따라 몸으로 이름을 불러 줍니다.
어느새 동그란 원 안에 생기가 가득 모이네요.
첫 번째 본활동은 각 그룹에서 공동의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한된 자원이 자신에게 주어지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더 큰 그림을 볼 때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이 활동의 작동원리입니다. 하지만 먼저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만 끙끙대다 보면 다른 사람의 문제 그리고 공동의 문제를 보는 시각을 갖는 것이
쉽지 않고 뒤늦게서야 일어납니다. 또한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의 것을 완전히 해체시키고 다시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맞딱드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에게 소중한 것을 모두 포기하는 것은 이것이 임의의 활동임에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요.
또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비언어적으로 소통하며 일할 때, 충분한 의사전달이 어렵게되면 속도도 자연스레 늦어지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서로 다른 우리가 일을 하다보니 나는 보이지만 상대는 보지 못하고 있을 때, 답답함이 찾아오지요.
그 순간에도 우리는 오롯이 상대의 애씀을 응원하며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작은 이 활동을 통해 그룹의 문제를 해결할 때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또 상대의 반응에 대해 나는 어떻게 재반응하는지를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일상과 맞닿아 있는 지점을 발견해봅니다. 거기에서 크고 작은 배움들이 일어나네요.
두번째 본활동 역시 그룹으로 일하기입니다.
'우리가 만약 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사는 지역의 주민대표를 선출한다면 다음의 후보 중에서 누구를 선출할 것인가?'
주어진 시간 안에 토론을 거쳐 한 명을 결정해야 합니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고 3-4명으로 이루어진 각 팀에서는 열띤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5명 중에 1명을 뽑는다면?
나에게는 이런 리더의 성향이 중요해- 라는 이유를 설명하며 1명을 정해야 했지요.
각 팀마다 한 명씩을 정해서 그 이유를 들어보았습니다. 대체로 자신의 실제 경험이 많이 반영된 결정이었습니다.
내가 속한 사회가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더의 역할에서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라는 것이었지요.
그럼에도 한 그룹에서는 리더를 꼭 한 명 뽑아야 할까? 5명 모두가 리더가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새로운 제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 명의 리더를 뽑는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이 가진 가치관과 삶의 경험이 그 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전체 동의를 통해 한 명을 뽑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각자가 가진 중요한 관점을 반영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도전의 시간이었지요. 나의 중요한 관점을 지키면서, 다른 구성원들의 그것 역시 존중하며 반영하는 것? 그것이 실제 생활에는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하나의 단어를 가지고도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우리들이, 오해없이 이해를 충분히 나누는 일 그것 역시 기다려줌이 필요했습니다.
또 그룹에서 다수가 가진 목소리와 다른 의견을 가졌을 때 그 때도 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용기를 발휘하기도
또 다른 구성원들을 신뢰하는 것도 필요했지요.
매 수업에서 활동을 통해 깨달음의 순간들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우리의 마음, 몸 그리고 머리가 열려 있을 때 그 깨달음이 우리 안으로 들어와
안착합니다. 각 존재들이 함께 호흡할 때, 자신에게 일어난 경험을 나눌 때 그것이 오롯이 서로에게 배움이 되는 시간을 5주째 경험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일까요?
또 우리가 변화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배움을 통한 성장, 그리고 성장을 통한 변화..
우리는 계속 그 여정 위에 서 있습니다.
다음 주에 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