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이제 제2공항을 멈추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갑시다>

센터알리미 0 3,327 2021.03.29 15:07
<이제 제2공항을 멈추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갑시다>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1. 행정은 경제의 시녀가 아닙니다.
자유 시장 경제는 총성 없는 무한 경쟁의 각축장입니다. 그곳에서 많은 재화를 얻는 이들도 있지만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기는 이들도 있고, 더 나아가 삶의 터전 자체를 잃어버리는 이들도 생겨납니다. 자유 경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소수의 사람들이 더 많은 재화를 차지하고 다수의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것마저도 빼앗기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행정이 있는 것입니다. 경제가 이윤을 추구한다면 행정은 공익을 추구합니다. 경제가 경쟁의 원리에 입각해 움직인다면 행정은 인권과 공동선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행정이 경제의 시녀가 되고 행정가가 장사를 하는 상인이 되어 오직 ‘돈’만을 추구하고 ‘돈’만이 미래의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제2공항 건설로 파괴되는 자연이 지닌 장기적인 경제적 가치는 고려하지 않고, 공항의 건설로 생기는 단기적인 이익의 대부분이 다수의 지역민이 아닌 소수의 거대 자본가들이나 부동산 매매 차익을 노리는 이들에게 돌아가게 됨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도민의 의견을 가볍게 무시해 버리고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나서는 행정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슬프고도 슬픈 일입니다.
이미 제주도정은 도민이 정당한 비용으로 합당한 치료를 받아야 할 권리마저도 자유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내몰려 했던 부끄럽고 몰염치한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만약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해서 제주도정이 제주도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자연환경의 생태적 수용성과 삼무의 정신을 수호해 온 제주인의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돈벌이’에 눈이 멀어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한다면 처리하지 못하는 쓰레기 더미와 함께 도민의 분노는 쌓여갈 것이고, 쏟아지는 오폐수와 함께 사회 문제는 넘쳐날 것이며, 고갈되고 오염된 지하수처럼 제주다움의 정신은 사라져가고 퇴색해 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제주도정과 도정의 책임자인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한 책임을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짊어져야 할 것입니다.

 행정가는 우선 자신에게 맡겨진 지역에 충실해야 합니다. 제주행정은 제주도민의 것이고, 무엇보다 제주도민에 의한, 제주도민을 위한 행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가가 지방행정보다는 중앙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역의 가장 중대한 현안을 제주지역민의 의사가 아닌 중앙정치의 득실을 따져 결정한다면 이는 분명하게 직무를 남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행정은 공익을 위한 공무이지 개인의 사적인 야망을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중대하고 시급한 제주현안은 등한시하면서 중앙 정치무대를 기웃거리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제주행정은 제주지역민의 공복임을 자각하고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2. 제주 제2공항은 경제적이지 않습니다.
경제는 ‘살림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예전의 경제학은 ‘시장’을 중심으로 논의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시장’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대의 경제학은 시장중심의 사고에서 생태중심의 사고로 전환되었습니다. 지속 성장의 근거인 자원은 고갈되었고 무분별한 성장의 추구로 생존의 터전인 생태계 전체가 위기에 놓였습니다. 현대의 경제이론은 ‘성장’이 아니라 ‘지속’에 중점을 두고 있고, ‘최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과 공공복지가 유지되며 동시에 생태질서와 사회·문화질서가 유지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적정치’를 그 목표로 합니다.
제주도에는 이미 약 70만 명의 제주도민이 상주하고 있고, 코로나 전염병 상황 이전에 현재의 제주공항을 통해서만 연간 제주도민의 약 20배가 넘는 약 1,500백만 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주도의 쓰레기처리 능력과 하수처리능력은 쌓여가는 쓰레기와 쏟아지는 오폐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고, 지하수는 점차 줄어들 뿐만 아니라 오염도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에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모르는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제주의 중산간은 흉할 정도로 훼손되었고 제주의 해안은 옛 모습을 잃었으며 바다와 땅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음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위급한 생태계 파괴뿐만 아니라 상주인구와 관광객의 증가로 인해 사회 환경에도 큰 변화를 일으켜 범죄, 이혼, 중독자, 자살 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이 이미 통계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결국 인류를 파멸로 몰아넣는 ‘지속성장’이라는 허황된 구시대적 경제이론이 아니라 ‘지속적 보존과 살림’이라는 현대의 경제이론에 비추어보면 제2공항 건설은 경제적인 계획이 아니라, 너무나 분명하게 비경제적이며 반경제적인 계획입니다.

3. 제2공항은 경제적 손실을 가져옵니다.
제주도의 경제적 가치는 보존된 자연환경에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관광객은 ‘개발된 제주’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제주’를 보러 옵니다. 제주 제2공항은 제주에 수많은 사람들을 ‘북적이게’ 만들 것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주에 오면서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제주 제2공항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올 수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이 기대하던 제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여 놓고 정작 관광지로서의 가치는 잃게 되는 바보 같은 시도는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제2공항 여론조사에서 도민 전체는 반대가 우세했지만, 성산포 지역주민들의 여론은 찬성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제주 제2공항은 그 어느 지역보다 성산포 지역에 가장 큰 피해를 줄 것입니다. 공장이나 산업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2차 산업에서의 ‘개발’은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3차 산업에게는 ‘재앙’입니다. 3차 산업인 관광산업의 입장에서는 ‘보존’이 ‘성장’이고 ‘개발’은 곧 ‘파괴’입니다. 제주도정은 성산포 지역주민들에게 ‘균형개발’이란 속임수를 쓰고 있지만, 이는 정확히 말하면 ‘자연이 잘 보존된 가치 있는 지역을 파괴하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제주도는 산업단지나 공업기지가 아닙니다. 제주도는 생태환경의 보물섬입니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미래에는 가장 잘 보존된 생태환경을 지니고 있는 지역이 가장 큰 경제적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고, 더 많은 관광객이 잘 보존된 생태환경을 체험하기 위해 성산포 지역을 찾아 올 것입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섭지코지를 기억해봅시다. 예전의 섭지코지는 누구의 것이었고 지금은 누구의 것입니까? 섭지코지의 개발을 통해 누가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까? 지금은 어떤 사람들이 그곳에 가고 있습니까? 만약 제주도정이 섭지코지의 자연을 거대 자본이 파괴하도록 허락하지 않고, 오히려 성산포 지역 마을회나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자연의 모습 속에 스며든 특색 있는 생태적 숙소들과 작고 아름다운 가게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을 것이고 경제적 이익의 대부분이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갔을 것입니다.
공항 주변에 땅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결국 경제적 손해를 보게 됩니다. 당장은 단순히 농지였고 임야였던 과거보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소수는 그 차익으로 이득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주의 다른 지역 땅값에 비해 공항 주변의 땅값은 상대적으로 계속 낮아지게 될 것입니다. 공항은 분명히 ‘시끄럽고 복잡한 시설’입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공항 인접지역은 소음공해지역이고 거주를 꺼리는 지역입니다.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제주까지 와서 항공기 이착륙 소리가 들리는 곳에 머물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관광객들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을 떠나고 싶어 ‘한적하고 조용한 제주’를 찾아온 것입니다.
또한 어느 나라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문화유산 바로 옆에 공항을 건설하지 않습니다. 피라미드를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고 피라미드 옆에 공항을 건설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성산포 지역은 이미 제주를 떠나 아시아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성산포와 표선 일대에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이유는 웅장한 성산일출봉과 잘 보존된 자연환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하기 위해선 멀리 떨어진 공항에서 내려서 그곳까지 가야만 합니다. 또한 공항에서 관광지까지 가는 아름다운 길들도 잘 보존해서 그 길을 천천히 달리며 또 다른 볼거리와 느낄 거리를 제공해야 합니다. ‘가장 아름답고 조용한 곳’에 사는 주민들을 후손 대대로 가장 ‘시끄럽고 복잡한 곳’에서 살아가게 하려는 만행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현 공항에서 불과 한 시간 떨어진 곳에 또 다른 공항을 더 건설하여 지역주민들의 주거의 질을 떨어뜨리고 그리하여 아름다운 관광지로 잘 보존된 경우에 누리게 될 부동산의 장기적인 잠재가치를 지속적으로 하락시키는 제2공항은 누구보다 성산포 주민들을 위해서 반드시 중단되어야 합니다.

4. 새로운 관광의 미래를 위해 제2공항 건설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제주의 관광산업은 양적 팽창의 패러다임에서 질적 성장의 패러다임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점점 사람들은 많이 주는 음식점보다 맛있는 음식점을 찾고, 더 나아가 특색 있고 분위기 있는 곳을 찾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받기 위하여 확장이전을 한 후에 본래의 맛을 잃어버린 음식점이 망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이제 제주는 ‘떼로 몰려와 먹고 마시고 놀다가 쓰레기를 남기고 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가족 단위나 소규모 모임으로 찾아와 보존된 자연환경과 특색 있는 문화와 삶의 모습 속에서 여유롭게 쉬며 치유받는 여행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단체 연수나 단체 관광, 카지노나 골프 관광지가 아니라 가족 단위의 휴양지와 신혼여행지로서의 새로운 입지를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행객들은 비록 제주에 오는 항공편을 원하는 때에 쉽게 마련하지 못한다 하여도, 제주에 와서 잘 보존된 자연과 여유로운 거리와 고유한 문화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을 더 원할 것입니다.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양적 팽창만을 부추기는 제2공항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5. 제주민이 주인이 되는 관광산업을 위해 제2공항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제주관광은 해외 자본이나 거대 자본이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곧 제주지역민이나 지역의 젊은이들이 해외 자본이나 거대 자본이 운영하는 업체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 스스로 작은 가게 기업을 운영하거나 경쟁력 있는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제주도민은 당장 오른 땅값에 유혹되어 거대 자본이나 외지인들에게 땅을 팔아버리고, 이후 외지인들이 그 땅을 잘 활용하여 사업을 하며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제주도정은 제주도민들이 자신들의 땅에 스스로 사업체를 차리거나 운영하도록 돕지는 않으면서, 해외 거대 자본이나 대기업을 유치하는 데 열을 올리며 대단위 숙박시설, 거대한 관광타운, 대규모 골프장, 대형 면세점, 제주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박물관이나 놀이공원 등으로 제주의 모습을 변질시켜 놓고 오히려 제주민들이 제주의 새로운 주인이 된 외지인들의 업체에 근로자로 근무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랑할 일이 아니라 부끄러워할 일입니다. 이제는 이러한 관행적 구조를 개혁하여야 합니다.
제주도의 토착 자본이나 제주민은 거대한 관광 시설을 지을 수 있는 자본이나 운영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업체는 시작할 수 있고 운영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미래에는 작은 것이 더 아름답고 가치 있게 될 것입니다. 제주도정은 제주도민이 자신들의 땅을 외지인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땅을 활용하여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작은 규모의 숙박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러한 시설이 제주의 자연환경에 더 적합하고 미래의 여행객들에게는 대규모의 호텔보다 선호하는 숙박시설이 될 것입니다. 거대한 식당이나 체인점들 대신 제주의 각 마을마다 지역의 특색 있는 가정식이나 노포들이 인기를 끌 수 있고 이들이 중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주의 기업이 육지에 진출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거대자본이 아니라 제주가 고향인 제주인이 주인되는 새로운 관광 생태계를 위해서도 제2공항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6. 이제 제2공항을 멈추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제주도정은 눈을 크게 뜨고 ‘복잡한 공항’이 아니라 ‘쓰레기 더미가 된 제주도’를 보아야 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소수를 위한 단기 수익’이 아니라 저 멀리 보이는 ‘모두를 위한 장기적인 가치’를 보아야 합니다. 제주도정은 이제 ‘많은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추구하는 안목을 지녀야 합니다. 그리고 제주도민을 종으로 전락시키는 거대 관광산업이 아니라 제주민이 주인이 되는 작지만 강한 관광산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더 넓게 그리고 더 멀리 바라본다면 쉽게 제2공항은 중단되어야 함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도의회는 제2공항 여론조사 전의 합의를 충실히 지키고 여론조사 결과가 도정에 정확히 반영되도록 소리를 높이길 촉구합니다. 도의회는 이익집단들의 눈치를 보며 표를 구걸하는 곳이 아닙니다. 여론을 올바로 살피고 행정이 바른길을 가도록 끊임없이 외쳐야 하는 곳입니다. 이제 더 이상 제2공항 문제로 도민사회가 갈등에 빠지지 않도록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또한 성산포 지역이 자연친화적이고 지역주민이 주인이 되는 미래지향적인 관광의 중심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주도의회가 적극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성산포 지역이 제주를 찾는 이들이 잠시 지나쳐 가는 시끄럽고 복잡한 곳이 아니라 제주를 찾는 이들의 마음속에 머물고 싶은 최종 목적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제주도민과 제주를 찾는 모든 이들을 위한 올바른 선택의 길에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도 항상 함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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