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강우일 주교님 강정생명평화미사(9월)

센터알리미 0 22 09.17 15:24

연중24주간 수요일 2025.9.17. 강정에서

1티모.3,14-16 루카 7,31-35

 

세례자 요한이 와서 빵을 먹지도 않고 포도주를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너희는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너희는 말한다.’

예수님은 유다인 지도자들, 율법의 대가들의 돌처럼 굳어버린 마음에 기막혀 하며 탄식하신다. 그 완고함에 놀라신 것이다. 세례자 요한이 와서 광야에서 메뚜기와 들꿀로 연명하고 단식과 기도 중에 고신극기를 하고 회개를 촉구하자 많은 사람이 요르단 강가에 가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예수님도 가서 세례를 받으셨다. 그러나 당시 종교 지도자들 즉 율사와 바리사이들은 저자는 제 정신이 아니다, 마귀 들렸다.’ 하며 그의 가르침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새로운 시대의 징표를 알아보지 못했다. 또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들, 고기잡이나 품팔이로 먹고사는 가난한 노동자들, 무식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세리와도 거리낌 없이 사귀고 그들 집에 가서 식사도 하시자 세리나 죄인들과 어울리는 먹보요 술꾼이라고 비판하였다. 정작 하느님이 보내신 메시아의 때가 왔는데도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했다. 예수님이 답답하여 여러 가지 비유나 예화를 들어 말씀하셔도 도무지 귀를 열려고 하지 않았다.

 

예수님이 얼마나 답답하시면 이렇게 당신 제자들이 예수님 말씀을 선포하는 전도 여행을 하고 돌아왔을 때 이렇게 기도하셨겠나?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 보시기에 성서를 많이 공부하고 안식일을 철저히 지키고 자주 단식하고 십일조를 아주 열심히 바친다는 이스라엘 지도층 인사들의 영혼이 도무지 숨 막히게 정도로 닫혀있었다. 그들은 세상의 불의와 적당히 타협하며, 정의로운 삶으로 돌아서라고 회개를 외친 세례자 요한의 부르짖음에 귀를 닫고 있었고,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들과 소외당한 비천한 이들에게 다가가셔서 그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를 베풀고 새로운 하느님의 나라를 보여주신 여러 행적을 보고도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었다.

 

오늘의 세상에서도 겉으로는 그리스도를 믿고 하느님 말씀을 달달 외우는 많은 이들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썩은 냄새를 풍기는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이들이 많다. 해방 후 무주공산이던 이 나라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정적을 억압하고 제거하고, 3.15 부정선거를 통하여 영구집권을 꿈꾸며 항의 시위하는 젊은 학생들을 향해 무자비한 무력 탄압을 명령한 이승만을 건국영웅이라고 하고, 탱크를 몰고 군사반란을 일으켜 국권을 탈취한 군인 박정희를 우리를 먹고 살게 해준 위대한 영도자라고 추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기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오염된 역사관을 자라나는 티 없는 어린 영혼들에게 교육 시키려고 학원가에서부터 조직적인 작전을 벌인 사람들이 21세기에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를 박고 있다.

 

이들은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르며 자유라는 단어만 앵무새 외우듯 남발하던 윤석열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수많은 민주 투사들과 이름 없는 시민, 학생들이 피로써 키워온 민주주의의 금자탑을 또다시 장갑차와 군화발로 산산조각 내려던 법꾸라지를 여전히 옹호하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윤어게인을 외치며 나라 안에서만이 아니라 미국에까지 가서 마가를 외치고 외국인을 차별하고 추방하려는 그곳 극우세력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이들은 우리나라 역사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되었는지를 너무나 인지하지 못하고 망각하고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

 

최근 교종 레오 14세는 우크라이나에서, 이스라엘에서 여전히 참혹한 전쟁이 계속되며 힘없는 노약자 어린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비극을 통탄하며 유엔도 그런 폭력을 중단시키기 위해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교황청이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아무리 소리높이 외쳐도 당사국들은 도무지 귀를 막고 전쟁을 중단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애타는 목소리를 내셨다. 그리고 세계의 부가 너무 양극화되어 일론 머스크 같은 초부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1조 달러 부자가 될 것이라는 보도를 접하며 이는 인간의 생명, 가족의 가치, 사회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의 불평등이라고 한탄의 논평을 밝혔다. “60년 전 최고 경영자들은 노동자들이 받는 것의 4~6배가량 벌었는데 오늘의 초부자는 평균 노동자들이 받은 것의 600를 차지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오늘의 인류도 예수님의 말씀에 다시 귀를 기울이고 회개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하자.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해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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