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센터알리미 0 3,009 2022.04.15 18:19

어제(4월14일)오후 3시에, 강정평화센터에서, 제주교구 교구장인 문창우 주교님이 주님 만찬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사제 20여명이 공동집전을 하셨고, 신자분들 그리고 평화연대자들 30여명이 함께 했습니다. 문 주교님 강론을 동영상으로 공유 합니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 2022414()

장소 : 군사기지 없는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 강정마을 강정평화센터

문창우(비오) 주교 강론/녹취록

 

한국 근대사 안에서 분단이 가진 우리의 어떤 상황들이 지금 저희들이 편히 살고 있는 세상보다 지금으로부터 70년을 거슬러서 가게 되면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맞이했었던 우리 한반도의 여러 상황들은 크고 작은 왜곡과 많은 아픔과 상처들을 갖고 있는 여러 사건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가깝게는 저희들이 518일이 되면 광주 5.18을 이야기하지만 또 여러 지역에 우리 근대사 안에 있었던 여러 사건들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주 안에서는 제주 4.3이라는 사건이 제주도민들에게 굉장히 트라우마같은 잊을 수 없는 큰 고통의 그런 통로 속에서 많은 분들이 좌절하고 하느님께서 정말 계시다면 이러한 4.3이라는 질곡 안에서 어디에 계셨는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희생 안에 드러나는 그러한 것들을 오늘 교회도, 저희가 4.3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결코 오늘 교회가 기념하고 있는 파스카가 결코 교회 안에서 일어난 일만이 아니라 제주도민들이 온몸으로 맞이했었던 지난 4.3과 같은 질곡과 갈등과 상처들을 넘어서 참된 부활의 여정 안에 우리의 몫을 새롭게 다짐하고 과연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참된 평화의 지킴이가 어떠한 것 인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올해는 제주 4.3 74주년을 맞았습니다. 제주에서 이렇게 늘 4.3 때만 되면 원통하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오랜 세월 동안 그런 상처를 끌어안고 시달리기만 했었던 고통의 시간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여전히 지금도 4.3이 어떤 항쟁 아니면 사건 아니면 어떤 4.3에 관련된 뒤에 어떤 4.3이 가지고 있는 원인과 규명에 이름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도 4.3의 뒤에 어떤 항쟁이나 사건이나 어떤 4.3, '4.3은 이런 거다.'라고 하는 어떤 규명들이 아직도 이렇게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이름을 갖지 못한 역사! 또 여전히 배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시간들! 최근에 또 수용자들의 직권 재심청구로 인해서 무효와 선언이 되기도 했지만 그동안 계속 은폐되어왔던 시간들! 또 트라우마센터 건립 속에서도 온전히 치유의 현실을 맞이하지 못한 그런 상황들! 산적한 많은 일들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유가족을 비롯해서 제주도민들이 나서서 작년에 제주4.3특별법 개정이라고 하는 것을 거쳤지만 여전히 한곳에서는 왜곡하고 이념의 잣대 아래서 의심과 불신의 골짜기를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좀 다행스러운 것은 차츰 언론 보도의 유형들이 4.3 당시 국가가 제주도민에게 행했던 엄청난 그 폭력! 가해의 폭력에 대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조금씩 애도하고 유감표명을 전하면서 한층 신선한 뉴스로 다가오고 있기도 합니다. 당시 경찰이었던 사람들의 증언 보도를 보면 진압이라는 미명 하에 특히 무고한 양민을 향해 총을 겨눴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분들의 진정성이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사죄의 뜻을 도민을 향해서 전하는 행동으로 다가온 내용도 보도된 것은 사실입니다. 또 일부 수용자들의 재심이 청구되고 재판을 통해서 불법 재판절차에 대한 공소기각이란 묘한 판정이지만 무죄에 가까운 판결의 의미를 담는 내용이라 어느 면에서는 환영할 내용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것은 지난, 올해 74 주년 4.3을 맞으면서 4.3의 아픔들을 '증언 본풀이'라고 하는 시간을 통해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다랑쉬굴 발굴된지 30"! 다랑쉬, 굴 밖 30년이우다"라고 하는 제주도 사투리 제목으로 열렸었는데요. 4.3 학살 사건의 대표적인 사건 중 상징적인 학살 장소로 이야기하고 있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다랑쉬굴에서 직접 경험하셨던 유가족들의 안타까운 눈물겨운 증언의 시간이 지난 달 4.3을 맞아서 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서 있었습니다. 유족들은 74년 동안의 세월을 통해서 흘러왔음에도 그 날의 생생했던 아픈 기억들을 하나 씩 그려냈는데요. 이야기하면서 잠시 멈칫하기도 하고 또 목소리가 떨리면서 참았던 눈물을 계속해서 쏟아내기도 했었지만 마지막까지 하나하나 진실을 향한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그 중에 지금 80세가 되신 함복순이라는 어르신이 증언했는데요. 이분은 19924월에 알려지게 된, 나중에 발굴되게 된 다랑쉬굴 4.3 희생자 중 한 명인 함명립이라고 하는, 당시 20살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분의 여동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인이 증언하기를 어느 날 영문도 모르게 한밤중에 자주 집에 사람들이 찾아왔었다고 했고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늘 숨어 있으라고 만 하면서 그 중 오빠는 지붕 속에 숨어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 나갔는지 모르게 어느 날 보니까 오빠가 사라진 거죠. 어머니는 오빠를 찾아서 이곳저곳 해냈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근처에 있는 세화지소에 끌려가서 아들이 어디로 갔냐고 취조를 받기도 하면서 많이 구타도 당하고 거의 죽은 사람처럼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끝내 도피자 가족이라는 그런 표현 속에서 1948 124일에 다른 지역인 상도리 연두망에서 대살(代殺), 대신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그때 태어나 얼마 안된 조카는 이름도 얻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기도 했었던 아픔이 있고요. 이렇게 혈육 모두가 하루 아침에 영문도 모른 채 이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허망하고 애타는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함복순 어르신이 다랑쉬굴이 발견돼 가지고 그 유해 11구 중에 오빠의 유해가 그 중에 있다 라고 하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즉시 상복을 입고 장례식이 준비된다고 하니까 달려갔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 당시의 그 상황들을 하나하나 꺼내었는데요. 그런데 기쁨도 잠시, 유골이 발견되기는 했는데 땅에서 묻게 된 한 줌의 뼈가루같은 그 가루들을 어느 정도 가족들은 나름대로 집에 어떤 묘지나 어떤 납골당에라도 모시고 싶었는데 경찰서에서 그것을 재빨리 그냥 바다에 뿌려버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한마디로 사건의 진상규명이 아니라 신속한 처리 속에서 진행돼버린 어이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다랑쉬굴 현장은 19914.3연구소에 의해서 발견됐었는데요. 그때 11구의 유해가 드러나면서 당시 4.3이 양민학살의 진원지로서 얼마나 가슴 아픈 현실인가를 드러내 준 하나의, 언론이 조명하면서 굉장히 제주사회에서는 센세이션이 일어났던 것을 기억합니다. 어쨌든 유족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화장돼가지고 바다에 쉽게 뿌려져 버렸었고요. 이 당시 4.3의 총체적인 모순을 바라보면서 기억했었는데 벌써 올해가 다랑쉬굴 유해발굴 30년을 맞았습니다.

점점 또 생각해보면 이제 4.3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라는 것을 한걸음 씩 내딛고 있는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러기에 생각해보면 오늘 예수님 빠스카적 여정 안의 순환의 여정을 향해 걸어가는 예수님의 그 길. 십자가를 향한 그 길과 연결시켜 보면서 진정 우리 역사 안에서도 묻어왔던 어둠들, , 냐약함과 인간의 욕망들, 교만과 살해, 미움과 부정, 분열과 파괴 그리고 상처와 상처의 그런 모든 질곡을 넘어서 오늘 우리들의 발을 씻어주는 정화의 시간을 한번 기억해보려 합니다.

 

오늘 본격적으로 교회는 성삼일을 시작한다고 외치고 있는데요. 한마디로 예수님의, 신앙의 가장 거룩한 날. 이 날이 거룩한 것은 우리 삶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뭔가 인류사에 가장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이토록 거룩한가?

오늘 제1독서에서 보면 유다인의 전통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된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 바로 파스카 유월절 만찬의 내용입니다. 파스카란 거르고 지나간다는 것. 그래서 이집트에 내려진 마지막 재앙 때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면 맏아들을 치겠다는 재앙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그런 사건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을 기억하는 축제입니다. 또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 역시 이 파스카 잔치를 당신의 제자들과 함께 하십니다. 그런데 이 파스카 잔치의 의미가 이제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누룩 없는 빵, 포도주, 쓴 나물을 먹는 기존의 파스카 잔치가 아니라 같은 빵과 포도주의 의미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어 주십니다. 이런 표징들 속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우리에게 온 통째로 내어 주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 고백하는 성체성사의 신비입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기억하고 상징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생명의 실제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오직 믿음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당시 제자들도 그 순간에 예수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 모든 것을 깨달은 그들은 성령을 받고 나서 빵을 나눠 먹으면서 진정으로 자신들이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되었음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2독서에서 들은 고린토1서는 성찬 의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적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은 그 의례를 반복하면서 예수님을 기억하고 또 그분이 가르친 하느님 나라를 위한 삶을 자신들도 실천하면서 살아가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했습니다. 유다인들에게 있어서 ''이라는 단어는 '인간관계'를 뜻하고 ''라는 단어는 '생명'을 뜻합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요한복음서는 최후만찬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랑이 오늘 제2독서에서 우리가 들은, 고린토 1서가 말하는 새로운 계약입니다. 무엇보다 사랑의 본질은 철저하게 자신을 내어 주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남녀의 사랑으로부터 부모님들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참된 사랑은 자신을 내어주지 않고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인간의 발전사에서도 보면 언제나 이기적인 사람들로 우리 사회가 넘쳐난다 해도 최소한 사랑할 때 만큼은 우리 인간은 순수해 집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주고 또 시간과 정성을 상대방에게 쏟게 됩니다. 때로는 이해되지 않고 납득되지도 않는 상대의 모습을 받아줘야 할 때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단순한 집착, 감각적인 쾌락과는 전혀 다릅니다. 남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상대의 모습을 받아줘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기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사랑'이라고 하지 않으셨겠습니까? 가장 더러운 상대의 발을 씻어 준다는 것은 상대방이 가지는 모자란 결핍, 때로는 치부와 상처까지도 감싸주는 것을 말합니다. 진정 상대의 상처를 안아주고 용서하고 이해하며 수용하는 것! 이것이 사랑의 본질입니다. 우리가 일상 안에서 내게 상처 준 사람들을 더 큰 상처로 보복하려는 그런 미움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사랑이야말로 참으로 우리가 갇힌 어둠에서 풀려나는 길입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참된 사랑을 보여주시고 그분이 짊어지고 갈 십자가는 바로 피땀 흘리시며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 예수님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가 얼마나 이웃을 사랑하고 가장 가까운 내 가족과 배우자, 특별히 어려운 사람들을 받아주고 있는지 묵상해 볼 일입니다. 오늘 '서로의 발을 씻어주라'는 예수의 말씀은 우리들 마음 속 깊이 간직해야 할 계명으로서 바로 사랑의 표징임을 드러내 주십니다.

 

주님 안의 형제 자매 여러분, 이곳 강정은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일방적인 국가 안보정책의 기치 아레 동북아 정세와 주도권 경쟁의 맥락 안에서 거짓된 해군기지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현실 안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제주도의 또 다른 곳에서도 공군기지와 연관된 제2공항 건설 역시 국책 사업과 개발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아름다운 우리 제주의 자연를 짓밟고 우리 제주민의 생존의 균형점을 위험 수위로 내몰고 있는 상황들입니다. 한마디로 여전히 지난 역사 안에서 큰 아픔, 또 상처의 질곡인 제주의 그 어두운 지난날의 그 현실들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또 다른 모습으로 둔갑하고 재등장하고 있지는 않는가!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주의 평화를 위한 이곳 평화활동가와 강정주민들의 몸부림들은 때론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무모하게 보일지라도 조금씩 진실을 향해 매번 '길위의 미사'와 더불어 참된 평화의 물음들을 우리들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보의 이름으로 무기 경쟁과 첨단 장비의 기지 건설을 통해서는 결코 평화의 세상은 요원한 길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곳을 찾아 함께 연대해주고 뜨거운 응원을 보내는 일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어느 때는 휴가를 받고 그리고 시간을 내서 자주 이곳 강정 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은 다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평화의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더욱더 서로의 발을 사랑으로 감싸고 새로이 시작하는 부활의 기쁨은 우리 사이에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라 생각해봅니다. 보다 더 함께 씻어주고 또 받아주고 위로하면서 주님 부활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내어 주는 모습으로 이 시간을 함께 보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외적으로 단순한 행위의 씻김의 시간이 아닌 마음의 진정한 회심과 함께 진정 부활의 일꾼으로 서로에게 건네는 마음을 사랑하는 모습으로 바꾸어볼 수 있는 그런 용기를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파스카 성삼일] [주민 만찬 성목요일]

 

'군사기지 없는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싸움 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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