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강우일 주교님 강정생명평화미사(1월)

센터알리미 0 59 01.28 17:05

연중3주간 수요일 2026.1.28.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2사무엘 7,4-17 마르코 4,1-20

 

예수님은 직설화법보다는 비유를 즐겨 사용하여 당신의 가르침을 전하셨다. 왜 그러셨을까? 예수님이 말씀과 행적으로 이미 새로운 세상, 하느님의 나라, 하느님이 다스리시는 세상을 선포하고 계셨지만, 이 예수님 말귀를 정확하게 알아듣는 사람이 아주 드물었기 때문이 아닐까? 예수님이 선포하시는 하느님 나라에 관한 복음을 올바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의 전하고자 하시는 메시지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게 하시기 위해 다양한 비유를 들어 사람들의 상상력을 확대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복음 선포를 농부가 밭에 씨를 뿌리는 농사일에 비유하셨다. 예수님 말씀은 오늘 들려주시는 씨앗이 길바닥이나 돌밭이나 가시덤불에 뿌려진 씨앗처럼 그냥 버려져서 아무런 싹을 내지 못하고 끝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이 마귀를 쫓아내거나 병자를 낫게 해주실 때에는 열광하다가 정작 예수님이 제일 톤을 높여 외치시는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는 한쪽 귀로 들어도 금방 다른 귀로 흘리고 말았다.

 

팔레스티나 지역의 농법은 먼저 씨를 뿌린 다음에 쟁기로 밭을 갈았다고 한다. 그래서 씨앗들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그냥 말라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수님의 비유는 당신의 복음 선포가 제대로 사람들에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그냥 무시당하고 잊히고 마는 현실을 개탄하신 이야기다. 그러나 이 비유는 그냥 개탄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처음에는 씨앗이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같이 열악한 땅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끝나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러나 나중에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들은 30, 60, 100배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결실을 가져오고 주변에 그냥 말라 죽어버린 씨앗들의 실패를 다 상쇄하고 남을 정도이니 한탄하고 실망할 일이 아님을 일깨워주고 싶으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당신의 말씀이 승리하신다는 이야기다. 지금 뿌려진 씨앗 중에 많은 씨앗이 버려진 것 같아도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 한 알 한 알이 수십, 수백 배의 열매를 맺으면 농사는 대성공이라는 이야기다.

 

그것은 이스라엘 역사 전체를 빗대는 말씀이 되기도 하지 않을까? 이스라엘은 모세를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받고도 그 말씀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 가나안 주민들이 섬기던 여러 잡신들과 우상숭배의 유혹에 빠져들고 하느님의 말씀보다는 자신들의 욕망의 포로가 되어 이방인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삶을 멋대로 살았다. 모세와 예언자들을 통하여 이스라엘에 뿌려진 하느님 말씀의 씨앗은 정말 길바닥의 시대, 돌밭의 시대, 가시덤불의 시대와 상황을 수없이 반복하였으나, 이제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시어 아주 좋은 기름진 땅을 갈아주실 때가 왔다고 선언하시는 말씀이 아닐까? 예언자들이 얘기했듯이 이스라엘의 돌덩이 같은 심장을 치워버리고 살처럼 부드럽고 연한 심장을 바꾸어 넣어 주심으로써 주님의 말씀은 이제 작은 팔레스티나 땅을 넘어서 동서남북 땅끝까지 퍼져나가며 수십 배, 수백 배의 열매를 맺어나갈 것임을 말씀하신 것이 아닐까? 그것은 이스라엘이 달성하지 못한 오랜 역사의 불임 기간을 다 기워 갚고도 남을 만큼의 풍성한 수확을 약속하시고 성취하시는 것이 아닐까?

 

이 땅의 교회를 생각하면 200년 전에 조선 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졌을 때, 이 땅은 참으로 전혀 씨앗이 땅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할 만큼 뺀질뺀질한 길바닥이고, 돌밭이고 가시덤불뿐이었다. 조금 땅속에 뿌리를 뻗은 씨앗들은 싹이 나고 줄기가 나서 자랐으나 거센 박해의 회오리가 휘몰아 닥치자 거의 사라지곤 했다. 1784년에 떨어진 복음의 씨앗들은 적지 않은 선열들의 순교와 희생에도 불구하고 1945년경까지도 불과 10만 신자로 아주 적은 열매밖에 맺지 못했다.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본격적으로 수십 배의 열매 맺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다. 200년 교회사 대부분을 엄동설한의 세월로 밟히고 짓눌리고 질식하다시피 연명했다. 그런데 최근 40여 년 사이에 600만 가까운 거목으로 성장했다. 열다섯 배나 커졌다. 하느님이 이루시는 일은 신기하기만 하다.

 

나는 우리의 평화운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적지 않은 의인들이 강정에서 무력에 의존하는 강제적, 물리적 평화가 아닌 참된 인간적, 상호 존중과 정의의 평화를 시작하려고 안간힘을 써왔다. 이 의인들이 연행되고 재판받고 철장 안으로 끌려가고 고초를 치렀으나 그들이 뿌린 평화의 씨앗은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외면당하고 길바닥과 돌밭과 가시덤불에서 질식하다시피 가까스로 연명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자유와 인권의 나라로 천명하고 세계에 자랑하던 미국이 국제적인 도의나 정의로운 질서 따위는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오로지 힘을 가진 자가 힘으로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게 세상 이치라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떠들어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무력 증강에 나서고 우리 정부도 군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를 통치하는 권력자들은 이렇게 나라를 힘으로 다스리려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라나는 젊은 세대 안에는 극소수이긴 하지만 그런 무력과 폭력에 의한 지배와 압박을 거부하고 비무장, 비폭력에 의한 평화를 갈망하고 추구하는 이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소위 K-방산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다며 공군과 육군의 각종 무기박람회가 성행하고 있다. 그곳에는 세계 유수의 무기생산업체들의 제품들이 전시되고 홍보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들을 절멸하는 가공할 무기를 생산하는 업체도 초대되어 살인 병기들을 선전하고 있다. 우리 매스컴도 한국산 무기가 세계 곳곳에서 잘 팔려 큰 수익을 내고 있다며 K-방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부끄러움도 주저함도 없이 자랑스럽게 보도한다. 

 

그런데 그런 무기 산업 박람회 현장에 아주 적은 수이긴 하지만 젊은이들이 찾아가서 비인간적인 살상 무기 전시와 홍보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일반 언론에서는 이런 이들의 존재를 한 마디도 보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젊은이들의 의식과 행동이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아주 고귀한 하느님 나라의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희귀한 씨앗이 언젠가는 반드시 많은 열매를 맺도록 주님께서 지켜주시고 키워주시도록 오늘 우리는 한마음으로 기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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