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3일 목요일[(녹) 연중 제28주간 목요일]
- 강정생명평화미사 -
강론(녹취록) : 강우일 주교님
+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 시대에 유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 율법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논리로 이스라엘 사회를 재단하고 심판하던 법률가들을 향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 창조 이래 쏟아진 모든 예언자의 피에 대한 책임을 이 세대가 져야 할 것이다. 아벨의 피부터, 제단과 성소 사이에서 죽어 간 즈카르야의 피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불행하여라, 너희 율법 교사들아!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예언자는 제명에 죽지 못했습니다. 하느님의 정의를 위해 불의를 계속 고발하고 단죄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정의란 하느님이 당신께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신 인간들이 모두 한 형제로 서로를 수용하고 아끼고 나누고 돌보면서 평화를 이루고 공존하는 것이 하느님이 원하시는 정의였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시작부터…. 카인 때부터 형제를 질투하고 배척하고 형제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하느님의 뜻을 짓밟는 악을 저질렀습니다. 형제를 그렇게 짓밟는 일이 불의라는 것을 알리고 고발하고 깨우치라고 하느님은 예언자들을 보내셨습니다. 예수님은 아벨에서부터 즈카르야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의인들이 불의를 저지르는 악인들의 손에 억울한 죽임을 당했는지 모른다고 탄식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즈카르야가 누구를 가리키는 말씀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2세기경에 쓰인 야고보 원복음이라는 외경에 의하면 즈카르야는 엘리사벳의 남편이고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였던 사제였습니다. 헤로데가 요한을 잡아 오라고 해서 즈카르야에게 아들의 행방을 물었지만, 아버지 즈카르야는 계속 모른다고 버티었고 그래서 성전에서 봉사하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 외경의 내용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에 대해서도 점점 밀려오는 환난의 먹구름을 예감하시면서 아벨에서부터 즈카르야에 이르기까지 죽어간 의인들의 피 흘림에 대해서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 마지막에 이미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독한 앙심을 품고 강하게 성토하기 시작했다고 나옵니다. 나자렛 예수 제거 프로젝트가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많이 보내셨습니다. 이름이 알려지지도 않고 박해받고 고통당하다가 죽어 간 많은 예언자들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제국에 항거하다가 쓰러져간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있었고 해방정국에서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정치적 음모에 의해 쓰러져 간 의인들이 많이 있었고 4.3의 수많은 희생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5.16 군사 쿠데타 이후에 30년 가까운 군사 독재 기간 동안 온갖 압박과 폭력에 저항하다가 목숨을 바친 민주화의 주역들 학생, 농민,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그 후에 민주 정부가 들어섰다고 우리는 생각을 했었는데도 의인들의 희생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비리와 불의를 건드리고 고발하는 사람들에게 앙심을 품고 음모를 꾸미고 법조문을 이리저리 뜯어 붙이고 올가미를 씌워서 재판하고 감옥에 보내고 언론을 동원해서 거짓 정보를 만들어서 파탄으로까지 몰고 가는 그런 일을 계속해 왔습니다. 여러 이름이 떠오릅니다. 백남기, 이석기, 김재윤, 조국! 그런데 요즘 또 새로운 블랙 리스트의 냄새가 스멀스멀 풍겨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의인들의 억울한 희생과 고통과 죽음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고 오늘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질지는 모르지만, 주님께서 그들을 향해서 거듭 불행하여라! 불행하여라! 하고 경고하십니다. 그냥 넘어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공권력을 부여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력이 어디에서 오는지 제발 깨닫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공권력은 그것을 부여한 하느님과 국민을 섬길 때만 정당한 것입니다. 권력자가 자기 자신이 권력의 주인이라는 착각에 빠지면 그것은 멸망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억울한 이들의 희생과 아픔과 고통을 그들의 죽음을 낱낱이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켜보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정의로운 판단을, 심판을 내려 주시기를 빌면서 또 그 심판을 우리 인간들이 피할 수 있는 지혜를 또 내려 주시기를 청하면서 오늘 이 미사를 봉헌하겠습니다.
[강론 : 강우일 주교님]
군사기지 없는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 강정 마을
제주 해군기지 반대 싸움 5628일 [생명평화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