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강우일 주교님 강정생명평화미사(06월)

센터알리미 0 2,303 2023.06.30 10:04


2023629일 목요일 [()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강정생명평화미사

강론/녹취록 : 강우일(베드로) 주교

https://www.youtube.com/watch?v=Rz2T70AivVo 

찬미 예수님

오늘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을 맞이해서 우리 교회의 큰 기둥을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고 교회를 튼튼히 비춰 주셨음을 감사드리면서 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시몬을 베드로 즉, 반석이라고 부르시면서 "이 반석 위에 당신 교회를 세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하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열쇠를 주셨다고 하는데 열쇠는 닫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열기 위한 것입니다. 예수님이 교회를 세우신 것은 우리를 하늘나라에 못 들어가도록 몰아내기 위해서가 아니고 하늘나라로 이끌어 들이시기 위해서 열쇠를 주신 것입니다. 근데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인류는 여전히 끊임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구분하고, 갈라 세우고, 밀어내고, 외면하고, 차별하고, 배척하면서 계속 갈등과 다툼과 분쟁을 야기합니다.

 

19682월 어느 날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이라는 곳에 여덟 살짜리 여아였던 응우옌티탄이라는 소녀가 한국 군인들이 쏜 총에 옆구리를 맞아서 중상을 입었습니다. 어찌어찌 후방으로 운반이 되어서 이 소녀는 목숨을 건졌지만, 지금까지 깊은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그때 당시에 어머니를 비롯해서 가족 다섯 명을 잃었고 14살짜리 오빠도 크게 다쳤습니다. 이 응우옌티탄은 '민간인 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정만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 저를 비롯해 많은 피해자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라고 하면서 2020, 3년 전에,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저는 그 2년 전인 2018년에 32명의 베트남 평화기행단과 함께 하미마을이라는 곳에 민간인 학살 50주기 마을 공동 제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갔었고 그때 이 응우옌티탄이라는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 응우옌티탄이라는 여인은 자기가 여덟 살 때 겪은 끔찍한 일 때문에 한국 남자라면 가까이 다가가기도 두려워하고 시선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을 정도로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녀와 만나서 '한국군이 저지른 죄악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청하기 위해서 왔다'라고 말을 건넸을 때 처음에는 무척 망설이다가 겨우 대화의 문을 열 수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녀가 겪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는데 울다가 말하다가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녀가 겪은 그 참혹한 비극을 이야기해 주는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여덟 살 때 비극을 상기시키고 그것을 다시 입에 담아서 이야기하게 하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또 다른 새로운 고통과 제2의 가해를 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예순이 넘은 나이로 대한민국을 상대로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 이 응우옌티탄이라는 여인에게 우리 한국의 재판부는 1심 선고에서 금년 27일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30,000,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하고 판결하였습니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이 발생한 지 55년 만에 한국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이 있은 한 달 후인 금년 39일 정부는 '한국 군대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라면서 국방부가 법원에 항소를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베트남 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문제에 그동안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던 베트남 정부가 외교부를 통해서 정식으로 유감을 표명하였습니다. 베트남은 '과거를 닫고 미래를 향하자'라는 방침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과거의 진실을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고 단언했습니다.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사법부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항소는 매우 유감이다.' 이렇게 밝히면서 '한국이 역사의 진실을 엄숙하게 인식하고 존중하기를 제의한다.'하고 천명하였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또 지난 517일 우리나라의 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베트남 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회원들은 서울에 진실화해위원회 앞에 모여서 1년째 보류 중인 베트남전 하미마을 사건의 진상 조사를 즉각 개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원회는 일주일 후인 524일 이 조사 요청에 대해서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각하 결정문에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외국에서 외국인에게 대하여 전쟁 시에 발생한 사건으로까지 확대되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를 달았습니다. 인간의 인권이 국내에서냐 국외에서냐 또 대상이 내국인이냐 외국인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참으로 인간 인권에 대한 기초적인 인식도 결여된 몰상식한 논리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과 정의의 실현이 자국민과 자국 국경 안에서만 유효하다고 해석하는 정말 터무니없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과거사 기본법 어디에도 외국인이나 외국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리고 세계 2차대전 후에 성문이 된 세계인권선언의 맥락과 그 내용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정말 반역사적, 반문명적, 비인간적인 판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들이 서로의 사이에 얽히고 설킨 매듭을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어 주실 것이라고 하시는데 오늘 우리 한국 사회의 더구나 진실을 밝히고 화해를 추구하기 위해서 설립된 정부 기구가 여전히 우리가 저지른 죄와 악의 매듭을 풀려고 하지 않고 진실을 외면하고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성 베드로 바오로 사도 축일을 지내면서 주님께서 여전히 우리들의 이 반인권적 인식과 반역사적 무지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정부와 지도층 인사들에게 우리 민족이 저지른 타국에서의 끔찍한 반인륜적 죄악과 참상에 대한 진실한 뉘우침과 사죄의 은총을 내려 주시도록 깨우쳐 주시도록 한마음으로 기도합시다.

 

- 군사기지 없는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싸움 588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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