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문창우 주교님 강정생명평화미사(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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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5일 토요일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

 문창우 주교

 

성탄 축하합니다. 오늘은 예수님 성탄 대축일입니다. 하느님이신 가장 부유하신 분께서 나약한 아기 또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특별히 오늘 우리가 들은 요한 복음서는 예수님의 출생에 관련된 모든 이야기들을 생략하고 예수님의 그 기원이 하느님께 있음을 선포합니다. '한 처음 말씀이 계셨다. 이 말씀은 하느님과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한마디로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 주신 것은 은총과 진리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은혜로우시다는 사실을 나타낸 은총이셨고 하느님의 진리를 보여준 분이십니다. 그러나 당시 유대교 지도자들은 자기들의 그 가르침과는 달리 예수님을 배척하고 또 죽이고야 말았습니다.오늘 복음은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라고 말합니다. 인류 역사는 오랫동안 인간의 행복과 그 불행을 한 손에 쥐고 있는 막강한 하느님을 기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권력이 오직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졌다고 믿고 또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습니다. 당시 종교 집단의 기득권자들은 그들의 권한이 하느님으로부터 대신 대리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뜻을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에게 순종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시 받아들이기도 했었고 그래서 그런 횡포에 시달리고 짓밟혔습니다. 오늘 복음이 말하듯이 어둠은 빛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성탄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하느님이 이 세상의 기득권자들의 그 횡포를 정당화하는 분이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하나의 작은 생명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언제나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은 그 생명을 자기 삶의 원리로 삼으며 살아갑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삶을 늘 새롭게 하는 생명이 참으로 예수님 안에 나타난 생명은 사람들을 용서하고 또 고치고 살리는 생명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둠을 더 좋아합니다. 주변에서 이웃을 돌보기 보다는 우리가 더 많이 갖기에 골몰합니다. 그리고 이웃이 잘못하면 잘못한 그만큼 벌을 받아야 정의로워진다고 생각해버립니다. 진정 예수님이 선포하신 용서를 우리 삶의 빛으로 결코 받아 들이지 않습니다. 매번 베풀고 용서하며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는 우리 관심 밖의 일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져야 할 것이 더 많아지고 해야 할 일이 더 많아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빛을 점점 추방해버립니다. 그랬을 때 우리 자신이 일에 골몰한 나머지 말씀이 우리의 삶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말씀을 삶의 구석으로 밀쳐 놨습니다. 그래서 베푸는 일도 용서하는 일도 우리에게는 점점 힘들기만 한다. 그저 고통스러운 십자가이기만 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말씀의 빛을 외면하고 어둠을 더 좋아하는 백성이 된 것입니다. 오늘 성탄은 그 말씀이 우리 안에 탄생하여 새롭게 자라야 한다고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그분은 진리로 충만하셨다고 오늘 복음은 알려 줍니다. 사실 진리는 우리의 심오한 이론 속에 있지 않습니다. 진리는 우리가 깊은 명상으로 도달하는데 있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진리란 일상 생활 안에서 서로 용서하고 서로 살리는 그러한 구체적인 실천 안에 있습니다. 진리가 있는 곳엔 진리의 원천이신 하느님이 계십니다. 강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는 모습으로 구유에 누워 있는 한 아기와 같은 연약한 생명으로 오십니다. 그렇게 보잘 것 없고 약한 생명으로 느껴지지만 진리는 분명히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는 어제 성탄 밤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성당 안 제대 주위 성탄 트리에 유난히 높이 달려 있는 큰 별과 성당 안과 밖의 등들을 바라보면서 이것들이 단순히 전기를 통한 조명이 아니라 참된 의미의 빛, 이 세상 어둠을 비추는 그 빛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기도했습니다. 특히 구유 경배 예식 중에는 성당 안의 모든 전등을 끄고 암흑 속에서 오로지 구유를 비추고 있는 샛별에만 시선을 모으니 절로 그 신비로움 속에서 희망의 여명과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왜 아기 예수님은 암흑의 고요 속에 짐승들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마굿간에서 탄생 하셨는가 우리가 묵상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라는 오늘 복음 말씀대로 세상에 삶과 실존들을 환하게 늘 비추고 있지만 어둠의 그림자들은 아직도 폭넓게 펼쳐져 있고 이 빛을 받지 않으려고 위장하고, 허위와 거짓의 장벽들을 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역시 우리 땅에서 벌어진 가슴 아픈 여러 현상들, 특히 생명의 유린과 가진 것이 없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도시들은 자비함을 잃어 가는 오늘 우리 자신의 적나라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지속적이고 더 파괴적인 개발들, 정치와 경제의 논리로 모든 사람다움을 거부하며 몰아치는 각종 국가사업의 탐욕들, 안보라는 논리로 우리의 눈을 가리려는 각종 시도는 더욱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런 아픈 현실을 마주하면서 교회의 예언자적인 가르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되는 안타까운이 가득할 뿐입니다. 진정 우리 신앙인의 존재 이유는 우리만 살고자 그렇게 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살고자 그 뿌리의 탐욕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일입니다. 그 탐욕의 바이러스의 오염되지 않으면서 죄에 승리하는 길만이 진정 모두가 살아가는 길입니다. 안타깝게도 교회 내에서 마저도 구성원들 간에 각자 입장으로 나뉘어 근본적인 그 진실을 외면한 채 당장의 경제적 이익과 편리함 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밝게 빛나는 별빛을 덮거나 없애려 해도 이 빛은 더욱 높게 이 세상을 비추게 된다는 그 가르침을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확인시키며 선언해 주고 있습니다.

2021년 현재 우리 국민의 절반이 예수를 믿고 따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비롯해서 여야 정치인들이 그리스도교 신자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신심 따로 정치 따로 라는 이중 잣대를 지닌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주교회의의 일치된 생명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반대해버리는 천주교 신자 정치인들도 여럿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신앙이란 그저 세상에서 보다 즐겁게 만족하며 살아가기 위한 정신 건강의 한 범주요 삶을 구성하는 어쩌면 하나의 장식품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톨스토이는 '고통 받는 이웃들의 고난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평신도이든 성직자이든 그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신만의 시대를 인생의 전부로 아는 사람들은 결코 신앙인이 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우리의 성경을 한번 펼쳐 보십시오. 주님의 오심을 선언하는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그 주님의 오심을 700년 전에 선포했고 그 실현은 700년이나 지나서야 이루어졌습니다. 단지 그것도 자신을 만족과 쾌락만을 바라보고 즐기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그 구원의 영역에 속한 사람들이 될 수 없음을 성경은 그렇게 증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그리스도교회, 한국천주교회는 진정으로 성탄절 밤에 그 참 빛이신 예수님을 참으로 선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개신교회 잡지 '기독교사상' 201010월호 특집란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시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신들의 종교는 안녕하신가?' 바로 한국 3대 종교의 현실과 문제점들을 직접적으로 다룬 내용들입니다. 권력과 맘몬의 유혹에 빠진 개신교회, 시대의 정신과 동떨어져 버린 개신교, 또 근대화의 안목과 역량이 부족한 불교, 그리고 시대의 징표를 오늘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한국천주교회. 그렇게 진단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참 빛의 역할을 해야 하는 종교가 본연의 사명에서 벗어나 있는 현실과 문화의 범주로 전락하여

체제와 제도 만을 위한 수호자요, 물량적인 욕구 충족의 지향성이 가득하다는 뼈 아픈 그런 지적들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의 기초에는 거대한 자본과 경제 논리가 작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새로운 바벨이자 맘몬의 노예로 도구화된 오늘의 종교의 현재의 모습임을 드러냈습니다.

주님 안의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다시 한번 오늘 복음의 묵상 주제인 '포대기에 쌓여 아기로 오신 주 하느님'을 떠올려봅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인간의 구체적인 역사 안에 들어오신 그 개입의 섭리를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진정 참 빛으로 세상을 비추는 본래의 그 사명을 잃어서도 안됩니다. 무엇보다 오늘 성탄의 참 메세지는 우리 각자의 생을 방향 잡아주고 있는 영원한 생명의 열쇠이며 그 원동력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야 할 소명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교회는 신앙 안에서 참 평화와 해방을 '기쁜 소식'이라 말하며 세상 안에서 지속적으로 선포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교회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가' 아니면 '지금의 신자 수가 얼마나 늘어났느냐' 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그 삶의 아픈 현장에서 교회의 목소리가 보다 더 커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사회 또 우리의 가정 안에서 교회 구성원 모두가 평화의 임금이신 주님을 닮아 평화의 도구로 평화의 삶을 이루어 갈 때 우리의 영원한 생명이 그 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아멘.

  

[군사기지 없는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 반대 싸움 5336일 생명 평화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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