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생명평화미사 지킴이
박미도 유스티나.
그이는 소리 없이 미사천막에 와서 미사를 봉헌하고 소리 없이 떠난다.
그런 그이를 본 것이 몇 해 전인데, 지금까지도 그렇다.
별로 말도 없다. 그분 옆에 가까이 갈 때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도 작아지고, 발소리도 조용조용해 진다. 간혹 독서를 읽으면 특유한 차분한 저음이 울려, 성인들의 애절한 마음이 전해오는 것 같다. 조용히 다가가 물었다.
“이 천막미사에 어떻게 오게 되었어요?”
쉽사리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조근 조근 말을 한다.
“2014년 여름이요. 올레7코스를 걷다가 법환 옆 썩은섬에 가게 되었어요. 마침 물길이 트여, 서둘러 썩은 섬에 들어갔는데, 어디서 성가 소리가 들렸어요. 그 울림이 너무 좋고 신비로웠어요. 아주 작은 섬이라 소리를 따라 한 바퀴를 도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섬 안에서 소리가 들리는 줄 알았거든요. 자세히 들어보니 해안가 건너편에서 들리는 것 같아 성가 소리를 쫒아 찾아 온 곳이 이곳이었어요.” 그땐 정말 천국의 소리처럼 들렀다는 듯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때는 공사를 막기 위해 기지사업단 정문에 수녀님들이 앉아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을 다 알지만, 땀을 뻘뻘 흘리고 오는 내가 안쓰러웠던지 강정다리에서 한 젊은이가 산야초 같은 얼음물 한잔을 주었어요. 지금은 알죠. 지킴이었다는 걸. 너무 맛있게 먹고, 신기해서 이런 것이 있구나 하며 이것저것을 물어봤죠. 그리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지요.”라며 계속 말을 이여 간다.
“나는 지킴이들이 하는 것처럼 할 수는 없지만 평화를 위한 지향을 두고 미사를 할 수는 있거든요. 내 성격상 일을 천천히 하는 스타일인데 이곳 11시 미사에 맞추어 오려면 정신없이 일을 해야 해요. 어쩔 수 없어 못 오게 되면 할 수 없지만 집에 못있겠더라구요. 게스트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데, 요즘은 중국관광객이 줄어 다른 일자리를 찾아봐야 할 처지가 되었다”며 이야기한다.
특별히 생각나는 미사가 있나요?
“여기 오는 게 나에겐 행복입니다. 예전엔 미사를 하는데 천막에 주례사제와 나밖에 없었어요. 대부분의 미사 참석자들이 공사장 정문 쪽에 있었거든요. 혼자서 복사도 서고, 전례도 하고, 초를 들고 공사장 정문 앞까지 가게 되는 날이 많았지요.” 지금은 해군기지가 들어서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예전같이 많지 않지만 이 강정생명평화미사가 자신의 생활에 중심이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본당은 나없어도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여기는 내가 한자리라도 메꾸어 주는 것, 그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는 사람들이 이런 나를 보고 아직도 해? 해군기지 다 지어지지 않았느냐고 말하는데, 이곳은 평화를 갈망하는 현장입니다. 이곳에서는 현장감을 금방금방 느끼게 되죠. 만약 내가 이곳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나도 그들처럼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라며 이곳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요즘 이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지쳐보이고, 에너지가 고갈되어 가는 것이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매일 매일 현장에서 반평화적인 상황과 대면하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안 평화로울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며 지킴이들을 걱정했다. 그래서 요즘은 “그들의 마음 안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기도를 많이 하게 된다”며 “지킴이들도 자신의 평화를 위해 시간을 갖고 기도하기를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권했다. 또한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인간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니 지치지 말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길지 않는 시간 박미도 유스티나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마음도 따뜻해짐을 느꼈다. 아마도 평화를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외로운 그 길을 조용히 우리와 함께 걸어와 준 벗을 만나서 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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