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강우일 주교님 강정생명평화 미사 (7월)

센터알리미 0 6 07.31 09:35

연중17주간 수요일 2025.7.30. 강정 

 

 

탈출기 34,29-35 마태오 13,44-46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내려올 때 주님과 함께 말씀을 나눈 뒤여서 그 얼굴의 살갗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 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빛이 나서 너울로 가리고 있었다고 한다. 주님의 현존에 가까이 어울리고, 주님의 말씀으로 충만한 사람은 주님의 영광에 쏘여 빛이 날 수밖에 없다. 관상 수도회 수도자들 보면 어딘가 분위기가 다르다. 굉장히 맑고 밝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얼굴을 하고 사는가?

다른 사람이 볼 때 우리는 빛이 나는가, 아니면 어둠이 깔려 있는가? 향기가 나는가, 아니면 악취가 나는가?

예전에 서울에서 가난한 지역 산동네 본당 같은 곳에서 미사를 지내면 참석한 회중의 얼굴은 표정부터가 밝다. 하느님을 만나고 사제를 통하여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자 하는 기대감과 기쁨으로 얼굴이 환하게 피어있음을 느낀다. 반면 강남의 내노라 하는 부자 동네에서 미사를 지내면 회중 안에서 그런 기쁨과 흥분과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시작 성가부터 어딘지 모르게 생기가 없고 잠에서 덜 깬 사람처럼 축 처져서 우물우물 낮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미사 시작 개회 인사에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고 인사하면 똑같이 또한 사제와 함께하고 응답은 하는데 어딘지 서늘함과 무관심과 따분함이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을 매번 느꼈다. 왜 그럴까? 그들은 대체로 일류 대학 졸업하여 아는 것도 많고 지위도 높고 재산도 많으니 부족한 것이 없는 처리라, 굳이 하느님께 엎드려 매달리고 간절히 청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가지고 있으니 알고 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없고 자기 말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 바깥 세상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굳이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아주 특이한 농부와 장사꾼을 소개하신다. 밭에서 보물을 발견했다는 걸 보면 일단은 땅을 파서 밭을 일구는 농사꾼인데 밭에서 보물을 발견한 다음에는 보물을 도로 땅속에 숨겨두고 집에 가서 가진 것을 다 긁어모아 밭 전체를 사버린다. 농사만 생각하면 굳이 땅을 사지 않아도 될 텐데 재산을 다 털어서 밭을 샀다는 것은 농사보다도, 또 땅값보다도 훨씬 더 값비싼 보물을 발견했기에 거기 올인한 셈이다. 그 사람 보기에는 그 보물이 자기가 가진 것을 다 탈탈 털어서 일생일대의 모험을 해서 사도 좋을 만큼 엄청난 가치가 있는 보물이었다.

 

또 이어서 말씀하시는 장사꾼도 이상한 장사꾼이다. 장사꾼이라면 여러 가지 품목을 다루어야 실패할 확률이 낮을 텐데 이 장사꾼은 유독 좋은 진주만 찾아 헤맨다. 그 진주가 정말 전 재산을 다 쏟아부을 만큼 값나가는 것일지 모를 일이다. 아마 이 상인은 자기가 발견한 진주에서 아주 신비스럽고 은은한 빛이 나는 걸 보고 거기에 완전히 꽂힌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이상한 농부, 이상한 장사꾼이 어디 있을까? 예수님이 하늘나라를 선포하시며 이 비유를 말씀하신 것을 보면 그 이상한 농부, 이상한 장사꾼은 바로 예수님 자신이다.

예수님은 갈릴레아 이곳저곳에서 많은 말씀과 행적을 통하여 하늘나라, 하느님이 다스리시는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셨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예수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마귀 두목이니 어쩌니 하면서 배척했다. 여러 비유를 총동원해서 가르쳐도 못 알아들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예수님 말씀을 받아들이고 따른 이들은 세상의 기준으로는 보잘것없는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재산도 가문도 학식도 없는 철부지 같은 사람들, 사회적으로 가장 비천한 계층의 사람들이었다. 몸뚱이 하나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어부와 노동자, 율법과는 인연이 먼 세리나 창녀 같은 밑바닥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이 바로 예수님이 발견하신 밭의 보물이요, 빛을 발하는 고가의 진주였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거들떠도 안 보고 지나쳐버리는 밭에 파묻혀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 안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는 보화를 보신 것이다.

세상의 척도로는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들, 시장에서 내놓아봐야 팔리지도 않을 파치 같은 사람들 안에 예수님은 어째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귀중한 보석을 발견하신 것일까? 왜냐하면 그들은 하느님 대전에서 자신이 너무나 작은 존재임을 알고 자신을 한없이 낮출 줄 아는 정말 철부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별 볼 일 없는 작은 사람들 안에 예수님은 엄청나게 값진 보화를 발견하신 것이다.

 

시편 51편에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온다.

당신께서는 제사를 즐기지 않으시기에 제가 번제를 드려도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시리이다. 하느님께 맞갖은 제물은 부서진 영. 부서지고 꺾인 마음을

하느님, 당신께서는 업신여기지 않으십니다.”

이 시편은 다윗 임금이 바세바와 정을 통하고 그 남편 우리야를 죽이고 그 아내를 강탈한 다음 나탄 예언자의 근엄한 질책을 듣고 자신이 얼마나 몹쓸 놈이고 백번 죽어도 마땅한 나쁜 놈인지를 깨닫고 통회하며 읊은 시편이다. 다윗은 자신이 얼마나 큰 죄인이고 하느님 대전에서는 쓸모없는 존재인지를 깨달으면서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시고 즐거워하시는 것, 자신을 통회하며 낮추고 부서지는 영혼임을 노래하였다.

 

 

 

자신이 티끌 같은 존재, 내세울 것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알고 하느님 대전에 겸허하게 엎드릴 줄 아는 작은 사람들을 위해서 예수님은 당신의 가진 것을 다 팔아 밭을 사는 농부나 장사꾼처럼 사셨다. 그래서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 당신 생명을 내놓으셨다. 하느님은 이렇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한없는 보물을 보시고 소중히 여기시고 사랑하신다. 나는 예수님의 그런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감사하고 기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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