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강우일 주교님 강정생명평화미사(3월)

센터알리미 0 3 13:28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2026.3.25. 강정

이사야 7,10-14;8,10 히브리 10,4-10 루카 1,26-38

 

우리는 성모송 외울 때,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 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나이다!’ 하고 기도한다. 그러나 성서 원문을 직역하면 조금 다르다. 원문을 순서대로 직역하면 이렇다. ‘문안드리옵니다!(안녕하시옵니까?) 은총을 가득히 받으신 분이여!’ ‘xaire, kexaritomene, o` kurios meta sou.’ ‘xaire 라는 말은 문안드리옵니다‘ = 안녕하십니까?’의 장엄한 표현 양식이다. 그리고 그다음에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보통 인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천사의 방문과 인사는 그 자체가 하느님의 현현이고 축복의 사건이다. 그런데 천사가 문안드리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라고 장엄하게 인사한 다음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라고 선포한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천사의 방문을 받거나 하느님의 계시를 받는 대상은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모세 같은 위대한 선조들이고 아버지들이다. 일찍이 여인이 하느님 방문이나 계시의 상대가 된 적이 없다. 이는 대단한 사건이다.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인류 역사 대부분에 여자는 항상 남자에 비해 열등한 존재로 차별받고 희생과 인내를 강요당하고 고통과 굴종의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런 여인 중 하나에게 그것도 아직 아이도 낳지 못한 젊은 시골 처녀(가부장적 사회에서는 미혼 여성은 온전한 어른 대접을 못 받았다.)에게 하느님의 천사가 장엄한 문안 인사를 했다. 이는 구원의 역사에 나타난 놀라운 반전의 순간이요, 가장 낮은 존재를 들어 높이시는 하느님의 구원의 순간이었다. 마리아는 이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응답했다. 마리아는 자신이 아직 결혼도 못한 여자 아이요, 비천한 여종임을 고백하고 그러나 주님의 뜻에 자신을 송두리째 맡겨드리고 주님의 말씀을 온전히 수용하는 순종의 자세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이 수용성과 의탁은 하느님이시면서 사람이 되시고 가장 낮은 노예의 신분까지 받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구속 신비의 핵심이다.

 

오늘 히브리서 저자도 그리스도의 완전한 수용성을 언급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먼저 제물과 예물을”, 번제물과 속죄 제물을 당신께서는 원하지도 기꺼워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하고 말씀하시는데, 이것들은 율법에 따라 바치는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제물을 바쳐 제사를 지내는 일은 고대사회에서 인간이 신에게 드리는 가장 고귀하고 값진 행위다. 고대인들은 값지고 귀한 제물을 바치면 신에게 더 큰 업적과 공로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많은 제물을 바쳤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그런 제사가 얼마나 공허하고 부질없는 헛된 일인가를 아시고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철저히 수용하고 받들기 위하여 당신 자신의 생명을 십자가에서 송두리째 봉헌하셨다. 그렇다면 마리아가 천사의 장엄한 문안 인사를 받았을 때, ‘저는 당신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라고 응답하신 것은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신비에 앞당겨 동참하신 셈이다.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남자와 동등한 위치를 얻지 못하고 종속과 굴종, 억압과 희생의 삶을 강요당하며 살아온 여성들은 성모 마리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제사의 온전한 수용과 봉헌을 통하여 들어 높여져 구원으로 나아가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마리아의 부르심 받음과 마리아의 응답은 아들 그리스도의 십자가 제사에 동참하며 인류의 죄를 속죄하고 하느님 아버지께 모든 것을 온전히 맡겨드리는 믿음의 실현이다.

  

최근 우리는 극소수의 비뚤어진 국가 지도자들로 인해 전 세계가 전쟁의 참화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수많은 생명이 죽어 나가고 사람들이 집을 버리고 난민이 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여 전 세계의 물가가 일제히 치솟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향한 위협과 공격을 더 강화하고 있으니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런 국가 간의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유엔이 설립되었는데, 강대국 지도자들은 국제법과 협약도 무시하고 안하무인의 오만불손한 힘자랑만 하고 있어 유엔을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렸다. 한순간에 부모 자식을 잃은 이들이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며 분노와 원한에 가득한 울부짖음을 쏟아내고 있다. 무엇이 이런 분노와 증오의 불덩어리를 쏟아내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밑바닥에는 하와의 뒤꿈치를 물어뜯으려던 뱀의 사악한 춤사위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미 태초에 여인의 후손 즉 메시아 그리스도가 그 사탄의 후손의 대가리를 밟아 으스러트릴 것이라고 예언하셨다. 우리는 그분이 당신의 권능을 힘껏 발휘하시도록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께 있는 힘을 다하여 청하고 두드리고 외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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