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강우일 주교님 강정생명평화미사(6월)

센터알리미 0 2 10:27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2026.6.25.

신명기 30,1-5 에페소 4,29 - 5,2 마태오 18,19-22

 

어제 나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톨릭포럼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다시 전쟁의 시대 평화의 길을 모색하다.’라는 주제로 4명의 연사들이 여러 각도에서 전쟁과 분열의 시대에서 평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발표를 했다. 현재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란 전쟁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의 해석을 들었다. 나도 전쟁은 국가의 범죄라는 주제를 가지고 발제를 했지만, 나에게 제일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민족을 지운 핵 강국,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과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로 남북 문제를 이야기한 임을출 교수(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의 강연이었다.

 

임 교수는 왜 북한이 최근 들어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을 강조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이었다. 그분은 30년 넘게 매일 로동신문을 들치며 북한의 정책과 동향을 연구해온 전문가. 임 교수는 북한이 김정은 정부 들어서 왜 적대적 두 국가라는 용어를 빈번히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날 남북은 현실적으로 너무 큰 격차가 드러나고 있다. 경제적으로 우선 대한민국과 북한의 격차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벌어져 버렸다. 남한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고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고 국제정치적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는데 북한은 남한에 비하면 몇십분의 일도 안 되는 형편이고 국제적 제재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기에 남한은 K-pop을 시작으로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문화적으로 세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아무리 국경을 차단해도 북한의 젊은 세대가 남한 드라마와 예능에 접하지 않은 젊은이가 없을 정도로 남한이 문화적으로 훨씬 우위에 서 있는 점이 김정은 정부가 제일 두려워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내심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현실적인 격차로 북한이 남한 사회의 힘에 빨려 들어가는 흡수 통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북한 정권은 김정일 시대까지만 해도 같은 민족, 우리 민족끼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이제는 남한에 대해 민족이나 혈연이라는 개념을 지워버리고, 철저히 배격해야 할 적대국가임을 수없이 되풀이하고 국민들에게 세뇌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가 하면, 우리 쪽 탓이 크다고 한다. 북한 정권은 김일성부터 김정은까지 한 가계에서 계속 통치하며 일관성을 가지고 대외 정책을 펼쳐왔는데, 거기에 비해서 남한은 5년 만에 한 번씩 정권이 교체되면서 대외 정책도 완전히 180도 다른 쪽으로 냉온탕을 오가는 급전환이 이루어지니 그들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이다. 북한은 2018년 판문점 선언 당시 김정은이 직접 평양과 판문점을 오가며 통일을 지향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미국의 제재 틀에 갇혀 정상 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깊은 절망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한 때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게 상당히 우호적으로 접근하면서 평화의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남한을 독자적 결정권이 없는 미국의 괴뢰’, ‘식민지 졸개’, ‘기형적 속국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 힘에 의한 평화자유 통일을 내세우며 강경기조를 굳히고 한미연합군의 선제타격 훈련과 참수작전 같은 북침 전쟁 연습을 진행하고 무인기까지 띠워 보내자 이제는 전쟁이라는 말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고 단정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북한은 이미 상당한 수의 핵무기 보유와 탄도 미사일 실험 성공에 따라 군사적인 독자노선의 자신감을 갖게 되니 김정은 정권은 핵을 보유하지 않는 남한을 무시하는 입장을 견지하며 과거의 민족적 특수 관계를 탈피하여 한국을 1의 주적이자 교전국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2022년까지만 해도 담화를 통해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선제타격을 받지 않는 한 핵전투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20263월 김정은은 최고회의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확인하여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며, 자신들을 건드리는 한국의 행위에는 추호의 고려나 주춤함 없이 무자비하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4차례 군대를 파견하고 미사일과 포탄을 수출하여 110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기에 북한은 이제 미국이나 남한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경제를 일구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굳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김정은은 남한과의 관계에서 혈연과 민족의 공통분모를 완전히 삭제하고 미국의 앞잡이가 되어 끊임없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반복하며 북한을 접수하려는 남한에 어떠한 협력이나 대화도 철저히 차단하여 언제라도 무력으로 맞대응하겠다는 비상 전시체제를 굳히려 하고 있다. 한반도에 정말 심각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민족이라는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내부적인 군사, 경제, 사상적 요새화를 추진하는 상황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리스도교적 형제애와 보편적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에게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가톨릭교회는 우리 사회교리의 핵심적 가치인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을 앞세워 북한 주민들에게 다가갈 필요성을 말했다.

 

나는 이 임 교수의 강연을 들으며 오랜 반공 교육을 통해 우리 의식 안에 굳혀진 북한을 무조건 악의 축으로 보고 북한 사람을 뿔달린 도깨비로 보는 근원적인 시각을 해체하고 그들도 보편적인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누려야 할 인류 가족의 일원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느님이 사랑하시고 창조하시어 세상에 내보내신 하느님의 자녀들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회심의 자세, 그리고 그들도 국제사회에서 보편적 인권을 누리는 시민들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고 힘을 보태주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오셨을 때, 서울 명동성당에서 마지막으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지내며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을 인용하였다.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옛날 랍비들은 세 번 용서하면 할 만큼 한 것으로 간주해 주었다. 그러니 베드로는 일곱 번이라고 하면 예수님도 납득하실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하셨다. 교종께서는 이 예수님 말씀을 우리에게 들려주시며 6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분열과 갈등의 체험을 넘어서도록 주님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시하신다고. ‘여러분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한국인으로서, 이제 의심과 대립과 경쟁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거부하고, 그 대신에 복음의 가르침과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 가치에 입각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도록 요청합니다.’ ‘이제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우리 모두 기도합시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한국인이 같은 언어로 말하는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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