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강정 공소 주일미사(연중 제25주일)] 17. 09. 24

센터알리미 0 5,388 2017.09.24 11:54

강정 공소 주일미사(연중 제23주일) 

김영근 바오로 신부님께서 집전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미사강론 *

 

하깨장 프로그램에서 만난 한 자매님이 있습니다.

 

그분은 오랜 냉담을 하고 있었던 자매님인데 유아기 시절에 깊은 상처로 인하여 함께 살고 있는 부모님께 패악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상처가 깊어 태어난 것을 저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자신과 또 가까운 가족에게, 이웃에게 언어적 정서적 폭력을 가했습니다. 하깨장 프로그램 중에 그러한 자신을 깊이 알아차린 모양입니다.

 

그러한 자신이, 그것이 바로 나 인줄 알았는데, 너덜너덜한 상처투성이가 바로 자신인줄 알았는데 그것은 상처를 부여잡고 있는 나의 겉껍질뿐이었음을 알아차렸나 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님이 오신 모양입니다. ....

이미 본래부터 함께 계신 사랑의 하느님을, 자신 삶의 여정에 면면이 함께하신 사랑의 하느님, 두려워말기를 바라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셨던 하느님을 순간 알아차렸던 것입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이미 본래부터 함께 계신 그분.

 

그래서 갑자기 좀 전까지 화풀이의 괴성에 원망과 분노의 눈물을 쏟던 그녀가 전혀 다른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 자매님은 이런 체험 후 냉담을 푸는 것은 물론 이제 비폭력 대화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우리네 경제논리로 이해타산적이거나 계산적이지 않고 인정 많으신 분, 대자대비하신, 조건 없이 꾸어주고 조건 없이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째독서에서는 옹졸한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어 동과서가 멀듯이 또 땅과 하늘의 먼 거리처럼 아주 드높으신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 아니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런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이 아닌 다른 하느님 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요즈음 여러 사람들을 깊이 만나보면서 그들이 이야기해주는 것이 있어 알게 됩니다.

 

이 사람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나,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 무엇을 선택하고 있지는 않는지 도끼 눈뜨고 째려보는 하느님, 무엇인가 작은 것이라도 잘못한 것을 체크하여 호되게 벌주시는 분노의 하느님, 다른 한편으로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것을 하라 저것을 하라며 무거운 짐을 지우시는 가혹한 하느님, ..... 가끔 이런 분을 만납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족이나 성당에서나 일에 치어 헉헉 거리는 사람들을 말이다. 이런 사람은 어느 시점에 가면 에너지가 고갈 되어 엥꼬가 나서 지쳐버립니다. 본당 생활에 지처 아예 쉬는 교우가 되기도 합니다.

 

신체적 정서적 폭력 속에 어린 시절, 그런 문화 속에 자라온 사람은 하느님도 폭력을 쓰신다고 믿게 되어있습니다. 어려서 만난 아주 중요한 사람 그러니까 엄마나 아버지나 아주 가까운 이웃이 바로 하느님 상으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해서 방금 예를 든 그러한 하느님 상을 지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불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나아가 처벌내리거나 보복하는 것을 정당화합니다. 이것은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거짓된 하느님 상을 물려받은 탓이다. 혹은 세상이, 문화가 주입시켜놓은 하느님 상 탓이다.

갖가지 모습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우리 삶의 현장에서 우리 안에 새겨진 하느님 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문화가 어떻게 평화의 하느님을 왜곡 시키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확실히 우리 문화를 보면 평화를 이루시고 비폭력적이며, 사랑을 하시는 하느님 대신 불목을 축복하고 나아가 전쟁을 일으키는 증오의 하느님을 섬기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하느님 상을 그리고 또 만나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 하느님 상이 자신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나아가 전 세계를 위하여 매우 중요합니다. 그 상 모습대로 살기 때문입니다. 전쟁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를 만들 것인가, 핵무기를 합법화 할 것인가, 원수지간으로 그냥 살 것인가, 미워하고 증오하기에 해를 끼치거나 살상할 것인가, 그가 죽든지 살든지 수수방관 할 것인가 등등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우리는 실제적으로 어떤 하느님 상을 그리고 있는가? 내가 믿고 있는 하느님은 어떻게 생기셨는가?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 역시 자기가 믿고 있는 그 신이 어떤 신일까?

자기가 지니고 있는 하느님 상을 깊이 성찰하면 폭력을 버리고 비폭력을 택할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의 하느님을 만나고 나면, 깊은 체험을 하면 결코 폭력을 쓰는 방식으로 되돌아 갈 수 없습니다.

 

둘째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살든지 죽든지 나의 이 몸으로 아주 담대히 그리스도를 찬양합니다. 사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입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권유합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을 하십시오.”

 

 

*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미사 봉헌됩니다 *

(매월 첫번째주 일요일은 후원회 미사로 봉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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