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저지 비상도민회의 청와대 앞 기자회견문] 제주 제2공항 계획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주민대책위를 포함한 제주도내 1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오늘 참담한 마음으로 5년 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권의 청와대 앞에 섰습니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으로 시작되었지만 수많은 국민들은 차디찬 거리에서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온갖 폐단과 적폐의 사슬을 끊어놓기를 기대하며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대를 받아 안고 세워진 문재인 정권 행정부에도 한국 사회를 주물러온, 검찰 등의 수구 기득권세력이 자리 잡고 개혁에 완강히 저항하고 있습니다. 검찰 뿐만 아닙니다.
특히,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공룡처럼 몸집이 커진 국토교통부는 산업인프라 건설의 시대가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토건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 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역과 지역주민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토건세력의 필요에 의해 국토 곳곳이 난개발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자연생태계가 가장 아름답게 보전되고 있던 제주도도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제주도는 대규모 자본들의 투기대상이 되어 섬 곳곳이 멍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동안의 공사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초대형 사업이 제주도를 유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바로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주제2공항 계획(이하 제2공항계획)입니다. 이 조그만 섬에 현재 공항 이외에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 부근에 1개의 공항을 더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2015년 말, 제2공항 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만 4년이 되어가지만, 제2공항은 4.3 이후 가장 큰 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섬이라는 특성 즉, 환경수용력과 지속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반쪽자리 미래로 도민들을 분노케 하였습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떠나서도 4년 동안 제2공항계획은 수많은 의혹과 부실로 만신창이가 되어 정당성을 이미 상실하였습니다.
그것은 지난 4년간의 과정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제2공항 계획의 근거가 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이하 사전타당성 보고서)는 발표 초기부터 부실과 조작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여론에 밀려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재조사 용역 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원회)가 구성되어 국책사업인 제2공항계획을 검증까지 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국토부의 온갖 방해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검토위원회를 통해 수많은 의혹들이 사실로 증명이 되었고,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제2공항 예정부지를 성산읍으로 꿰어 맞추기 위해 다른 후보지에 대한 점수 조작을 했던 것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프랑스 ADPi사가 현 제주공항의 교차활주로를 개선하면 국토부가 제시한 제주공항의 장기 항공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즉, 현재 성산읍으로 결정된 것은 점수 조작에 의해서였고 더 나아가 제2공항을 짓지 않더라도 현재 제주공항을 조금만 확충하면 된다고 세계 최고 공항 컨설팅업체인 ADPi사가 제시하였음에도 이 보고서를 은폐하다가 결국 드러난 것입니다.
위 2가지 사실만으로도 제2공항 계획의 존립 근거는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와 제주도당국은 이러한 치명적인 오류와 도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2공항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평가서에 대한 환경부의 보완의견도 대부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기본계획 고시에만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얼마 전 제2공항을 민간항공과 함께 공군기지로 활용된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국방전문가인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은 지난 9월초,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의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 공군기지의 명칭만 바꾼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 계획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공군관계자의 발언에 의해 제2공항의 일부를 공군기지로 활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예산이 배정됨으로써 그 발언이 구체화되고 현실화 된 것입니다. 3천억 원 정도의 예산규모로는 제주도내 별도의 장소에 공군기지를 건설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전투기 소음은 일반 항공기와 비교되지 않는 강력한 소음이어서 제2공항 이외에는 부지를 마련할 곳이 없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야3당 후보들은 모두 제주도를 군사기지화 할 우려가 있는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에 반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청와대와 국회가 답을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한 제2공항의 전제조건인 ‘절차적 정당성과 주민과의 상생방안’또한 지난 4년 동안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이제 문재인대통령이 나서야 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온 것입니다.
그래도 지난 4년 동안 청와대와 중앙 정치권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민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도민공론화입니다.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제2공항 문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서 공론조사 등을 실시해야 한다는 도민들의 의견은 압도적이었습니다. 대다수의 도민들은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떠나서 제2공항 문제는 국토부가 아닌 도민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민들의 요구에 지난 9월 24일, 도민 1만2800여명이 서명한 '제주 제2공항 관련 도민 공론화 등을 요구하는 청원'의 건이 제주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도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도의회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원희룡지사는 공론화 거부 입장을 명확히 함으로써 도민의 의견수렴을 포기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제주도민의 수장이 도민의 뜻이 아닌 국토부의 뜻을 따르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처럼 제주도지사조차도 도민을 철저히 외면하고 국토부는 막무가내로 제2공항 건설을 확정하는 기본계획 고시를 10월 말 또는 11월 초에 강행하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청와대 앞에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촛불정권이 지난 3년간 적폐 청산에 매진해왔기에 우리는 또 하나의 적폐 청산을 요구합니다. 바로, 국토를 유린하고 있는 토건 적폐세력을 청산하기 위한 첫 단추로 아름다운 제주 섬에 또 하나의 공항을 짓는 제2공항 계획을 중단해 주십시오.
제주도내 111개 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비상도민회의는 어제 세종정부청사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늘부터 철야농성과 촛불집회 등 끈질긴 상경투쟁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아직까지 검토단계에 있는 제2공항 건설계획이 법적인 효력을 갖게 되어 강정 해군기지 이상의 갈등과 상처를 남기게 될 것임이 자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긴박한 상황에서 전국의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으로 제2공항 일방 추진 중단을 촉구하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청와대가 우리의 외침에 답할 때까지 이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이 자리에서 명확히 밝힙니다.
2019년 10월 16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