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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이 전도된 해군과 강정마을회의 사과쇼와 굴욕적인 민군상생협약을 규탄한다!

센터알리미 0 4,445 2020.09.02 14:30

본말이 전도된 해군과 강정마을회의 사과쇼와 굴욕적인 민군상생협약을 규탄한다!

 

 

 

어제 (8/31)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강정마을회를 방문하여 해군?강정마을회 간 민군상생협약서를 발표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주민들의 불편과 갈등에 대해 사과와 위로의 뜻을 밝혔다.

 

듣기에 얼마나 좋은 미사여구인가!

 

그러나 이는 피해당사자를 배제한 채, 손을 잡기 쉬운 상대끼리만 모여 이루어진 협잡에 지나지 않는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으로 반대투쟁을 하였던 주체들은 처음부터 사과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를 통해 미래로 나가자는 구호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사과라는 것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세계 어디라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는 역사적 사회적 상식이자 사법적 기초이기도 하다. 용서는 사과의 진정성에 따라 이루어질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문제다. ‘사과를 했다고 반드시 용서가 이루어져야 하는, ‘사과용서의 관계는 등가치환 관계가 아니다. 사과의 진정성이 함수로 작용하는 방정식에 가깝다. 어제 이루어진 사과는 피해당사자가 배제되었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이 크게 의심되는 상황이다.

 

나아가 사과는 가해자의 양심적 고백이자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여야 한다. 이에 사과를 받을지 말지, 용서를 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몫이자 권리여야 한다. 그러나 어제의 부석종 참모총장의 사과의 경우,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의 화답 내용에 적시되었듯, 강정마을회가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에게 사과를 요청하고,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사과이기에 참으로 부적절하기 그지없다.

 

누차 주장하지만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연행 700여건, 사법처리 690여건, 구속 37, 벌금 총액 3억 여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단일 국책사업에서 가장 큰 인권침해 사례가 된 사업이다. 그러나 어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이러한 사법적 피해에 대해 단 한 차례의 언급도 없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불편갈등’, ‘구상권 청구행정대집행 비용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사법적 피해는 순수한 강정주민들만 받은 피해가 아니기에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의 사과는 한 마디로 허울만 좋은 반쪽짜리 사과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 해군의 총책임자로서 대한민국 국민을 품을 수 있는 아량과 책임이 보이지 않는 언사였다고 평가한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사과문에서 군관사 행정대집행 비용 청구 직권취소는 국방부의 결정사항임을 밝혔다. 이는 2019. 5.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 보고서의 권고사항으로, 국방부가 이를 수용하여 직권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참모총장이 아직까지 직권취소를 하지 않았다면, 이는 명령불복종에 해당하는 행위라 볼 수 있어 오히려 책임을 물어야 할 사항이다. 또한, 이는 그동안 강정마을 주민들의 투쟁의 정당성이 확인된 결과이며, 작지만 그간 투쟁의 성과 중 하나이다. 그러나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은 이러한 주민들의 투쟁의 성과마저 폄훼하며,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의 직권취소를 통 큰 결단이라며 치켜세웠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했던 주민들의 성과에 먹칠을 하는 행위다. 더더구나 이 사과를 통해 해군을 용서한다는 월권 행위까지 남발했다.

 

참으로 치욕스러워 몸 떨림이 멈추지 않은 화답문이었다.

 

재차 강조하지만,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의 발단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추진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해군은 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서 천연기념물 담팔수 위치와 멸종위기종 솔잎란 위치를 고의적으로 오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원앙새의 서식실태조사를 누락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 없는 사업추진을 반복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추진으로 야기된 갈등을 사과하는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에게 단 한 치의 진정성이 있었다면, 이 진입도로 환경영향평가부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재실시하고 나서 사과해야 했다. 강정천은 서귀포 시민의 70%가 음용하는 식수다. 올해 초, 진입도로 구간 중 난장이도 교량공사를 위해 천공작업을 실시하였는데 그 하류인 배락맞은소 부근 용천수가 오탁수를 내뿜는 현상이 관찰되어 수자원공사에 의해 공사가 중지된 바가 있다. 그러나 시공업체는 천공작업 직경을 줄이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설명만으로 다시 공사를 강행하려 한다. 강정천 근원지인 넷길이소는 단일 용천수가 아니다. 그 상류인 작박소, 솔박소, 난장이도부터 넷길이소, 배락맞은소에 이르기까지 수십개의 용천수가 숨골처럼 연결되어있는 하천이다. 그 중간 어느 곳이라도 천공작업을하면 다른 모든 용천수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사안이 이처럼 중한데도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토대로 공사를 강행한다면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그 이전 참모총장들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해군은 더 나아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전체를 군사기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는 의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순수한 해군기지로 변경하려는 해군의 욕심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사안이다.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서 민항의 기능이 소멸한다면, 제주도 전역이 군사기지화 되는데 제주해군기지가 돌격대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우리는 지극히 우려한다. 이 우려는 단지 우리의 기우만이 아니고 평화를 갈망하는 수많은 제주도민들의 우려이기도 하다.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는 길은 해군이 군사기지 보호구역 확대지정 의지를 철회하는 길뿐이다. 현 강정마을회가 이에 동조하거나 방조하고 있다면 통렬하게 반성하기 바란다.

 

그리고 민군상생협약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협약은 해군에게 주도권이 있으며, 해군 위주의 협약이라는 점이다. ‘국방부 소관 강정마을 지역발전계획 추진이 그 핵심인 협약이기에, 예전에 제주도와 강정마을이 애써 마련한 강정마을 공동체회복을 위한 조례를 사문화시키고, 해군박물관사업이나 함상공원사업, 진입도로 등 해군사업들이 지역발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협약이다. 나아가 지역주민의 명예나 자긍심에 대한 언급은 없고 제주해군기지 장병의 자긍심 함양만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마을이 해군에 복속되는 협약이며,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마을이 되는 협약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그래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해군도 군복을 입은 마을 주민이라고 언급한 것인가!

 

마지막으로, 이번 사과 방문의 시기가 대한민국 전체가 코로나 19의 전국적 지역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5단계 방역조치가 이루어지는 시점이라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군대의 설립목적이 국토방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에 있다고 보았을 때, 어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의 방문은 매우 부적절한 행보였다. 사전에 일정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감염병 예방차원에서라도 그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타당했다. 해군은 국민들의 생명안전에 불감증이라도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낮은 안전의식으로 향후 강정마을 주민들과 어떤 상생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강희봉 강정마을회장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어제를 상생과 화합의 첫발을 디딘 날이라고 자평했지만, 우리는 어제를 치욕과 수치의 날로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2020.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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