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센터를 포함하여 111개 단체가 구럼비 발파 8주기 성명서에 연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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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 발파 8주기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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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지키려는 거대한 몸짓과 그를 무너뜨려는 공권력의 싸움.
8년전 구럼비 발파를 막으려는 우리의 싸움은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해군기지가 완공된지 4년이 지난 오늘, 강정마을의 상황을 보면 이 싸움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건설당시에도
오탁방지막 훼손으로 인한 오탁수 방출로 강정바다는 심각한 오염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공사가 완료된지 4년이 지난 오늘날의
강정바다는 회복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심각한 생태교란에 시달리고 있다. 서건도와 강정등대에 자생하던 연산호는 사멸했다고 볼 수
있을만큼 개체수가 줄었고, 1급수를 자랑하는 강정천 끝자락 냇깍 침전물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들이 퇴적되어 있다. 강정의
연안어업은 매해 생산량이 감소하고 자리돔이나 한치 어업은 소멸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해양생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진행되는 강정천 수원지인 넷길이소에 자생하던 천연기념물 원앙새가 십수마리 집단폐사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경찰은 조사개시 하루만에 전깃줄에 의한 사망이라고 발표했으나, 현장에서 발견한 산탄총 탄피나 날개에 구멍이 뚫린
원앙새들에 대해서는 설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제주해군기지가 야기한 생태학살은 오늘날도 진행형이다.
기술발달에
힘입어 자연을 이용하기 위한 인간의 개발행위가 도를 넘어섰다. 오늘날 세계각국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에 본질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으나, 대한민국, 특히 제주도는 여전히 개발이 곧 성장이라는 환상에서 매몰되어 있는 현실이다. 이번 코로나 19는
아직은 최초감염자를 발견하지 못하여 확정 할 수는 없지만 숲을 지나치게 파괴한 행위가 불러일으킨 사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즉, 환경재앙이다. 이제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바뀌어야 한다. 개발을 통한 이익은 자연파괴에서 오는 재앙과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코로나 19를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공포 그 자체다. 이에 따른 경제위축과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기후위기시대에 이러한 전염병과 재해에 의한 식량위기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중대한 요인이 되어 끊임없이
인류를 공격해 올 것이다. 이제 제주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아직까지도 개발이 재산적 가치를 증대해 줄 것이라는 달콤한 환상에서
벗이나야 한다. 제2공항 문제와 대명테마파크, 송악산 개발 문제 등 제주사회를 흔들고 있는 갈등상황들은 이러한 환경재앙에 대한
위기의식들이 표출된 문제들이다.
최근 미군의 방위분담금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에 의존하는 안보의식이나 미국중심의
세계질서를 바라보는 국민의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사드 업그레이드와 추가 배치 문제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제주해군기지를
다시 돌아 본다. 애초에 제주해군기지는 제주도 남방해상의 안보를 이유로 건설된 기지다. 제주도 남방해상의 안보위협은 중국일 수밖에
없고 중국에 대해 군사적 대치를 원하는 세력은 미국일 수밖에 없기에 사드 추가배치 후보지에 제주도도 포함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에 이어 제2공항이 공군기지가 된다면 제주도가 군사적 전략기지화 되어 환경파괴와 함께
안보위기도 훨씬 심각해지게 될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제주가 사드 추가배치 유력 후보가 된다면 한국과 중국의 외교적 마찰은 극에 달
할 것이 예측된다. 최근들어 제주해군기지에 미군함과 잠수함들의 출입이 이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공군기지가 제주에 들어선다면
상황은 반전되어 제주도 자체가 미군기지화 되어 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재앙과 안보위기를 구럼비 발파 이전부터
주장하며 행동했다. 구럼비는 그 상징이었다. 길이 1.2km의 통바위 구럼비. 180여종의 야생화가 사시사철 피어나며, 10여개의
용천수를 통해 제주새뱅이, 붉은발 말똥게, 맹꽁이 등 기수지역 멸종위기 동식물이 분포하여 생명의 상징이 된 구럼비 바위. 이
구럼비 바위가 발파된다는 것은 생명절멸시대를 여는 시대적 위기감으로 연결됐다. 당시 제주지역 국회의원 3명과 제주도의회,
제주도지사까지 구럼비 발파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해군은 발파를 강행했고 경찰은 해군의 충실한 손발이 되었다.
엄정한 법집행을 하여야 할 경찰은 불법적인 해군의 화약 해상운송을 묵인 했을 뿐만 아니라, 기동대를 동원하여 고속정에서
구럼비해안으로 화약운반을 도왔다.
당시 현장에서 50여명이 연행되고, 견인되어 압수된 차량만 6대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탄압적인 진압작전이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두 달여간 지속된 구럼비 발파 반대 투쟁 기간
많은 이들이 체포되고 구속되었다. 입국거부되거나 강제출국되거나 출국명령을 받은 국제활동가들 중에는 노벨평화상 후보도 있었다.
한편, 구럼비 일대 절대보전지역 해제 무효 확인 소송에서 양승태가 이끄는 대법원은 청와대와 긴밀히 소통하며 '자연보전을 통해 얻는
반사적 이익은 개발을 통해 얻어지는 직접적 이익에 비해 크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을 결정했다. 이 얼마나 무지하고도 무도한
판결인가. 시대를 전혀 읽지 못하는 구태적인 사법계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구럼비 발파 8주기를 맞아
우리는 다시 한 번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변화의 중요성을 도민사회에 알리고자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수 많은 아이디어와
자금과 노력이 결집되어 어느 때보다 풍부한 내용의 행사가 준비되었지만 코로나 19의 심각단계에 발 맞춰 국민적 동참을 위해 행사를
취소하기로 한다. 하지만 제주도민들께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제주도는 관광지로 만들어진 섬이 아니다. 선조들의 피와
땀이 서린 삶의 터전이다. 나아가 미래세대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발붙이 땅에 불과하다. 우리의 오만으로 미래를 망쳐서는 안된다.
그리고 구럼비 바위는 사리지거나 없어진 것이 아니다. 단지 지금 잠시 해군기지 아래 묻혀있을 뿐이다. 우리는 오만과 폭력으로
지어진 제주해군기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제주가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우뚝서고 무용지물인 제주해군기지가 철거되어 구럼비 바위를
되살릴 때까지 우리는 평화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민들께 이 평화의 걸음에 함께 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
2020. 3. 7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및 연명 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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