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현장이야기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는 제주 생태 평화 파괴도로입니다

센터알리미 0 3,414 2020.08.03 13:42

(사진출처:제주의소리)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는 제주 생태 평화 파괴도로입니다

 

사람들에게서 이미 해군기지 다 완공되었으니 그 문제는 어찌 되었건 끝난 것 아니냐는 말을 듣습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해군기지 완공 후 제주의 군사화가 섬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걸 아십니까? 군사기지의 물리적 외형이 커지는 것만 아니라 제주 전역이 군대의 계획에 따라 파괴되고, 인간마저 동원되고 있지만,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개발의 얼굴로 오고 주민 숙원이라는 이름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우리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던 이유입니다.

 

공동체 회복사업이라고 하면서 생각이 다른 주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마을의 상징적 장소와 생태환경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해군 박물관(634억원) 같은 해군 사업과 해군이 운영하는 복지시설 예산이 왜 공동체 회복사업입니까? 201910월 열린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사업 및 지역발전계획 사업 제3차 추진상황 점검 회의>에 따르면 <강정천 청정생태 살리기 사업>과 동시에 강정천 생태를 위협이 되는 <민군복합형 관광 진입도로 개설사업>이 추진됐습니다. 이 기만적인 행태를 무어라 불러야 합니까?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생명과 그 생태계를 잃고 연쇄적으로 피해당할 인간과 마을 공동체의 미래는 어떻게 책임질 수 있습니까?

 

오늘 우리는 강정에서 추진되는 해군기지 진입도로 환경영향평가의 사기성을 폭로하고 정밀조사를 요구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 이후 제주의 군사화 목적으로 신설되는 도로 문제와 해군기지의 불법성을 지우기 위해 주민 숙원사업이라는 기만적인 이름으로 자행되는 제주 생명 평화 문화의 파괴에 대해 원희룡 도지사에게 직접 질문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제주도에서 추진되고 있는 많은 신설도로가 제2공항 연계도로이며 군사용 도로 목적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합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고 절차적 문제와 관련법 위반이 드러나서 현재는 착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천연기념물인 천지연, 4.3의 진실을 길어 올려야 할 명승 문화재인 정방폭포를 망가뜨릴 6차선 광폭 도로가 1965년 계획된 이후 무려 55년 만에 달라진 도시의 조건과 상황을 무시하며 갑자기 공사를 가시화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낮은 사업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연간 27 만 명의 이용자가 있는 서귀포시 문화교육지대와 학교 앞 6곳을 관통하는 사업이 갑자기 급물살을 탄 것은 바로 제2공항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사업을 위해 미리 길을 내고, 그 길 내기 위해 법을 위반하고 미래세대의 안전을 내팽개친 것입니다.

 

비자림로는 어떻습니까? 20188월 전국 여론이 비자림로 벌목을 비난하자 공사를 중단한 뒤 부족한 논리로 다시 공사를 재개했다가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원희룡지사는 생태도로를 만들겠다는 모순된 주문을 했습니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도로 버전입니까? 관련법 위반으로 시민의 불신을 야기하던 이유가 제2공항이었습니까? 지금은 그곳에 멸종위기종이 다량 서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이것은 멸종위기 동·식물은 없다5년 전 소규모환경영향평가와는 상반된 결과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대체 서식지 성공사례가 없다며 사실상 '공사 불가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5월 공사를 몰래 재개했다가 환경청으로부터 과태료 5백만 원을 부과받지 않았습니까?

 

지금 제주 곳곳이 제2공항과 군사화의 목적으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구국도 도로건설 관리계획 수립현황도>를 보면 이미 서귀포시 제2공항 연계도로가 나옵니다. 길과 길이 이미 연결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누가 이런 미래를 요구했습니까? 절차적 정당성을 외면하며 공사에 급급한 진짜이유가 뭡니까?

  

2. 강정의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는 제주의 생태 평화 문화를 파괴하는 도로가 될 것입니다.

 

현재 강정의 해군기지 진입도로는 201510월 국방부가 실시설계 용역 완료한 후 토지보상은 국방부가, 공사는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습니다. 매장문화재 발굴 때문에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공사 현장에서 신석기와 고려, 조선시대를 아우르는 다량의 유물이 나왔습니다. 그 일대에서 서쪽 말질로에 이르는 구간은 마을 안에서 오랫동안 대궐터라 불렸습니다. 물 흔하고 따뜻한 강정은 땅을 파기만 하면 매장 문화제가 나옵니다. 그러나 해군기지 건설부터 지금까지 유물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공사가 취소된 적은 없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유물이 발견됐다고 공사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9월중에 조사가 끝나면 바로 공사를 재개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상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올해 초 천연기념물 원앙의 총탄 사체가 강정천에서 해군기지 입구 이어도로 변에 걸쳐 발견됐습니다. 거짓 환경영향평가가 낳은 비극이었습니다. 총탄이 확인된 사체가 여럿임에도 급히 사고를 덮었습니다. 무엇보다 해당 도로는 제주 서귀포의 하천 생태 축을 이루는 중요한 자연자원과 상수원이 있는 곳입니다. 훼손 불가하도록 보존해야 할 지역에 군사도로를 내고 있습니다.

 

강정천은 제주사람이면 다 아는 생명의 보고였습니다. 제주도 내에서 거의 유일한 은어 서식지입니다. 이 은어 서식환경은 천연기념물 원앙새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서식하는 환경이 되어주었고, 식물상들도 대단히 풍부합니다. 천연기념물 녹나무 자생단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멸종위기 2급 식물인 솔잎란이 다량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나 해군기지 진입도로 환경영향평가는 솔잎란의 위치를 허위로 작성하였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넷길이소 담팔수나무(일뤳당, 넷길이소당) 위치도 허위였고, '진입도로 난쟁이도 교량' 위치보다 상류에 존재한다고 기재해서 교량 공사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솔잎란의 위치도 도순천교 부근에 있어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사실과 다르게 기재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의 피해는 누구의 몫이 되는 겁니까? 책임은 누가 집니까?

  

3. 우리는 해군기지 진입도로와 관련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절차적 하자가 있는 사업은 마땅히 중단되고 재검토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지난겨울에 온 제주를 술렁이게 했던 총탄 맞은 원앙의 사인을 전깃줄 탓으로 돌린 조급한 수사결과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살펴보면 원앙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되어있으나 도로계획이 원앙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검토하려면 원앙에 대한 현지 조사가 4계절에 걸쳐 정밀하게 이뤄져야 했습니다. 공사 구간 원앙 집단 폐사로 확인된 법정보호종의 존재에 대해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당장 강정의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중지와 정밀조사를 요청해야 합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국가와 함께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는 데 앞장 섰던 제주도, 절대보존지역 해제를 통해 가해자의 대오에 선 도의회와 마을을 돌이킬 수 없이 부숴버린 국방부는 해군기지 완공 후 5년이 지나도록 주민들이 길 위에 서는 것에 대해 아픔을 통감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막대한 권한을 부여받고 제주도에 책무를 가진 원희룡 도지사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면담을 요청합니다. 해군기지 진입도로가 파괴하는 강정과 서귀포의 생태 파괴에 관한 위기를 공유하며 정밀환경영향조사를 요구합니다.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지부에도 탄원서를 넣어 재조사를 요구할 것입니다.

 

강정의 주민들은 국가와 행정이 방기하는 문제를 붙들고 일대 조사를 벌여왔습니다. 그리고 환경영향평가가 무엇을 은폐했는지 밝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강정천이 원앙이 새끼를 낳고 계속 번식하는 곳임을 확인했습니다. 멸종위기종 2급 솔잎난이 다량 서식하는 곳임을 확인했습니다. 강정천과 일대의 생태 가치는 이런 식으로 설명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입니다. 그곳은 서귀포 뿐 아니라 제주 전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하천 생태 축입니다. 제주의 역사가 묻혀있는 곳입니다. 서귀포의 상수원이 있습니다. 국가폭력에 저항하다 깨진 공동체의 피눈물이 흐르는 곳입니다. 더는 우리를 죽이지 마십시오. 더는 강정을 죽이지 마십시오.

 

202083일 다시 길 위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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