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현장이야기

구럼비 발파 9주기 기억 행사

센터알리미 0 403 03.10 14:22

지난 3월 7일 구럼비 발파 9주기를 맞이하여, 강정에서는 기억 행사가 있었다. 수 십 명의 참가자들이 강정포구 동방파제에서 해군기지 펜스를 따라 걸어면서 9년전 구럼비 발파의 날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성명서와 단체사진 

 

구럼비 발파 9주기 기억 행사 성명서

 

구럼비야 이제 그만 잠에서 일어나라!

 

구럼비는 바당 텃밭이었다. 구럼비는 꽃밭이었다. 구럼비는 놀이터였다. 구럼비는 간절한 소원을 비는 기도처였다. 구럼비는 병을 낫게 하는 할망물이 있는 곳이었다. 구럼비는 강정이었다.

우리는 2012년 3월 7일 발파된 구럼비를 추모하지 않는다. 구럼비는 죽은 것이 아니다. 불법과 폭력, 편법으로 세워진 해군기지 밑에 가려져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2007년 8월 20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찬.반 주민투표에서 유권자 1000여명중 725명 투표, 반대 680표, 찬성 36표, 무효표 9표로 건설 반대 확정이 되었다. 그런데도 연행 700회, 기소 600회, 구속 및 벌금거부수감 62명, 벌금 4억원, 비록 철회되었지만 구상금 34억 5천만원, 그리고 국제 활동가들 대해서는 1명 강제퇴거, 1명 출국 명령, 12명 체포, 23명 이상 입국 거부를 무릅쓰며 해군기지 건설은 강행되었다. 

 

폭력적으로 들어선 해군기지는 최근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를 하면서 강정 마을 뿐 아니라 서귀포시 주민들의 식수인 강정천을 오염시키고 있다. 개설되는 도로는 상수원인 냇길이소에서 직선거리 200미터 상류에 다리를 놓아 연결 중이다. 무리하게 진행된 공사로 송수관을 건드렸고 하천 폭을 좁히고 제방을 쌓아서 범람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되어 조치를 취하는 듯했으나 일주일 전(2021년 2월 25일) 다시 유충이 발견되었다.

 

대한민국 군대의 존재가 무엇인가? 자칭 안보를 위한다는 군이 오히려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바로 어제, 3월 6일 토요일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강정평화네트워크는 기지 주변에 구럼비 기억 행사를 위해 집회신고를 하고 설치한 현수막들을 지키며 밤샘을 하기도 했다. 한 해군이 지킴이들의 얼굴을 찍었고 이에 지킴이들은 해군에게 사진을 지우라고 항의하였다. 그러자 해군은 거친 말을 내뱉으며 기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항의하는 사람이 해군의 사과를 요구하며 정문 쪽으로 다가가자 사복을 입은 군인들이 대거 나와 항의하는 사람을 둘러쌌고 ‘체포해’ 라고 말하며 연행하려고 하였다. 해군은 신고된 집회를 방해한 것 뿐만 아니라 감시하였다. 군이 민간인을 체포할 수 있는가? 지금 계엄령이 떨어졌나? 제주 강정이 1980년 광주인가? 오늘날 미얀마인가? 군의 존재가 그렇다. 그들은 너무 쉽게 법 위에 선다. 당연하다. 군대는 전쟁을 위해 있는 것이고 전쟁이란 살인을 허하기 때문이다. 

 

구럼비를 지키기 위해 14년 동안 바지선에 오르고, 크레인에 오르고, 망루에 오르고, 천막에 쇠사슬을 감고, 물속으로 뛰어 들고, 춤추고, 노래하고, 기도하고, 머리를 깎고, 빚더미에 앉게 되고, 턱이 깨지고, 이빨이 나가는 등 무수한 일들이 있었다. 왜 이렇게 구럼비를 지키고자 했을까! 왜 이토록 해군기지를 반대하는가! 구럼비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는 그렇게 존재들이 그들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런데 그 구럼비를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 놓기 위해서는 지나온 14년보다 더한 시간과 애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온 도민이 일어나 구럼비에 붙은 시멘트를 칫솔질로 뜯어내는 상상을 한다. 그 일이 전국으로 번져서 마침내 온 국민이 함께 그 폭력의 찌꺼기들을 꼼꼼히 뜯어내는 상상을 한다. 구럼비에 붙어 있는 시멘트의 찌꺼기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내 몸에 붙어 있는 폭력의 찌꺼기들도 뜯어져 나가는 상상을 한다!

 

작년, 해군기지 안에 그 흔적만 남아있는 구럼비일지라도 그곳에 들어가 기도를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년이 다 되도록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송강호를 우리는 기억한다. 구럼비 발파 9주기를 기억하며 제주가 전쟁을 준비하는 섬이 아닌 평화의 섬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구럼비야 이제 그만 잠에서 일어나라!!!

 

2021년 3월 7일

강정평화네트워크 &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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