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현장이야기

구럼비 파괴 10년 행사

센터알리미 0 3,200 2022.03.07 15:38

오늘(3월 7일), 구럼비가 파괴된지 10년이 됩니다. 여느해 처럼 오늘도 약 5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행사를 가졌습니다. 아래는 오늘 발표된 성명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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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 구럼비 파괴 10

전쟁을 멈추기 위한 모두의 목소리

 

 

202237. 오늘은 제주 강정 구럼비를 박탈당한 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구럼비를 은폐하는 이들은 그것은 이미 사라졌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 단념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긴 시간 이 자리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은 그 단념이 이 세상에 끌어와야 할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으나 엄연히 있는 존재의 자리에서 질문합니다. 구럼비는 무엇입니까? 구럼비가 무엇이길래 우리가 이토록 삶을 걸고 있습니까? 구럼비 박탈, 지난 10년은 어떤 시간이었습니까?

 

폭력 앞에, 혐오 앞에, 차별 앞에서 도망치기 바빴던 군사주의, 그것은 왜 평화를 질문받게 될 때만 대단히 강력한 존재가 되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밀려왔습니까? 국가는 왜 시민들이 세계의 질서를 구성하기 위해 질문을 확대하는 순간에만 급격히 유능해졌습니까? 이 불법한 군사기지는 어떻게 해야 희망이 될 수 있겠습니까? 폭력과 사랑은 만날 수 있겠습니까?

 

10년 전 그날, 사람들은 이 바닷가에서 세계의 끝을 보았다고 합니다. 부서진 것은 바위였으나 빼앗긴 것은 바위만이 아니었습니다. 모두에게 허락된 생명과 평화가 함께 부서졌습니다. 구럼비가 폭파된 것은 그저 제주 강정 해안에 있었던 너럭바위 하나가 깨진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구럼비라는 바위가 깨져서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구럼비전쟁을 일으켜 이익을 추구하려는 집단에 의해, 폭력적인 방법으로, 초 특수계급의 이득을 위해 깨진 것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죽거나 다쳐 쫓겨난 존재들은 전쟁을 수행하며 얻게 될 부차적인 이득보다 열등했습니다. 군사주의는 목적 바깥의 모든 목소리를 불온한 것으로 규정하며 짓밟았습니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구럼비 파괴는 그 많은 사건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것은 가부장제 사회가 오랜 시간 해왔던 방법 그대로, 역사적으로 타자화되었던 여성과 약자에게 가해진 차별 그대로였습니다.

 

이익을 가져올 수 있으면 언제든지 무엇이든 희생시킬 수 있다는 발상, 그것이 구럼비를 폭파할 수 있었던 원리였고 지금 이 순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약탈과 살인의 구조입니다. 전쟁마저 하나의 스펙타클로 소비하는 군사주의 전쟁 은폐의 기술을 응시합니다. 전쟁불안이 증대되는 사이 오히려 전쟁을 피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소외되었고 전쟁이 필요한 집단의 권력만 증대되었습니다. 전쟁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지옥을 지우고 평화를 등치시킴으로써 인간 실존의 위협까지 지워버렸습니다. 죽음을 감추며 진화를 거듭하는, 그러나 전쟁의 본질은 죽음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이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는 존재의 소멸을 필요로하는 모든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전쟁의 목격자로 구럼비가 사라진 자리에서 살아갑니다. 여기 이 자리는 세계의 끝입니다. 기후변화로 바닥을 드러낸 웅덩이에 모여든 동물들처럼, 전쟁 뒤에 숨은 전쟁을 응시하며, 비극으로 압도하며 뒤바꾼 진실을 확인하며, 오늘도 살아갑니다. 실존을 위협하는 모든 종류의 전쟁, 그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동원되는 일상의 장치에 저항하며 살아갑니다.

 

전쟁을 막는 군사기지는 없습니다. 전쟁을 통해 이뤄지는 평화 역시 망상에 불과합니다. 전쟁을 막겠다면 제일 먼저 사라져야 할 것이 바로 군사기지입니다. 여기 이 불법한 해군기지입니다.

 

전쟁과 재난은 너무도 가까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호히 전쟁을 거부하는 이름들의 행렬 역시 함께 있습니다. 재난 뒤에 남겨진 존재들의 연대는 우리모두가 평화를 갈망하는 존재임을 입증합니다. 군사기지 없는 세상, 전쟁 없는 세계는 곧 옵니다. 생명. 평화. 구럼비. 강정. 빼앗긴 이름을 되찾을 것입니다. 우리는 구럼비의 이름으로 생명과 미래를 파괴하는 모든 전쟁에 반대하며, 오늘도 구럼비에서 살아갑니다. 파괴된 이름의 자리에서 사랑을 말합니다. 사랑.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꿀 것입니다.

 

 

202237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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