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현장이야기

[기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집무실 복귀 시나리오(?)의 전말 _ 제2공항 단식투쟁 관련

센터알리미 0 5,303 2019.01.09 09:43
[미디어窓] 제2공항 반대 도청 앞 계단 피켓시위 정면돌파 현장 취재 뒷얘기

출처 : 미디어제주(http://www.mediajeju.com)

원희룡 지사가 8일 오후 도청 앞 계단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던 일행이 앉아있는 계단을 걸어올라가는 과정에서 공무원들과 자치경찰, 시위대, 취재진이 뒤엉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 미디어제주
원희룡 지사가 8일 오후 도청 앞 계단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던 일행이 앉아있는 계단을 
걸어올라가는 과정에서 공무원들과 자치경찰, 시위대, 취재진이 뒤엉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8일 오후 1시4분. 제주도청 출입기자들에게 한 통의 문자가 전송돼왔다. 1시10분에 원희룡 지사가 도청 정문을 통해 들어올 예정이며, 현장에서 충돌 우려가 있으니 언론 취재에 참고해달라는 내용의 문자였다.

하지만 잠시 후 같은 전화번호로 다시 문자가 전해졌다. 원 지사가 정문으로 출입할 경우 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취소됐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기자들이 공보관실로 전화해 원 지사의 집무실 복귀 시간을 묻자 오후 2시, 3시, 3시30분, 4시 등 기자들이 물을 때마다 시시각각 복귀 시간이 바뀌었다.

결국 원 지사는 4시 10분께 도청 로비 앞에 도착, 차에서 내린 뒤 전날 강제 퇴거 조치를 당한 후 다시 계단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던 일행이 앉아있는 계단 정면으로 걸어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원 지사의 진로를 확보하려는 도청 직원들과 자치경찰, 취재진, 그리고 피켓 시위중이던 일행들이 뒤섞이면서 도청 로비 앞 계단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원 지사는 며칠째 계단에서 농성중인 시위대 일행을 향해 굳은 표정으로 “여기는 민원인들이 다니는 통로입니다. 통행을 막지 말아주십시오”라는 말을 남겼다.

원 지사가 지나간 계단에 깔려 있던 피켓들은 원 지사와 도청 직원들로 인해 대부분 파손된 상태였다.

여기까지가 이날 오후 3시간여 동안 도청 앞 계단에서 있었던 상황이다.

이날 상황을 복기해보면 우선 기자들에게 원 지사의 정문 통행 시간을 알려준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기자들에게 이같은 문자를 보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취재 협조를 요청하는 차원의 문자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대부분 원 지사가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시위대에게 시달리는 상황을 연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충돌 우려가 있으니 언론 취재에 참고해달라’는 문자는 결국 원 지사가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좋은 그림(?)’을 잡아달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굳이 원 지사의 의도대로 끝까지 기다려서 그가 시달리는 그림을 잡아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점점 굳어져갔지만 30분, 한 시간을 지나 이미 두 시간 넘게 기다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집무실 복귀를 예고한지 3시간만에 나타난 원 지사는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앉아 있는 계단을 원 지사가 곧바로 걸어올라갔고, 이 과정에서 원 지사의 길을 열려는 도청 직원들과 시위대, 취재진들이 뒤엉켜 잠시 소동이 벌어지는 것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결국 원 지사로서는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 이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청 앞 농성천막 철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지만, 이날 집무실 복귀 시나리오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 됐다.

원 지사는 계단을 통과해 집무실로 들어가던 중 복귀 시간을 예고해놓고 늦어진 이유를 묻는 다른 기자의 질문에 “다음 기회에 자세히 말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해갔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궁금하다. 원희룡 지사는 집무실 복귀를 예고한 오후 1시10분 이후 3시간 동안 도청 밖에서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일까. 원 지사에게 이날 집무실 복귀 시나리오처럼 언론을 이용한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소통의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0e724bb6cf3664cb5c77188abbe7057b_1546994562_66.png
원희룡 지사가 8일 도청 정문 앞 계단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던 일행을 앞에 두고 계단을 걸어
올라간 직후 계단의 모습. ⓒ 미디어제주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0 "제2공항 기정사실화? 道 주관 공청회 인정 못해" 센터알리미 2019.05.09 5350
69 "송악산 中자본 개발사업 반대" 한 달 만에 1만명 서명 돌파 센터알리미 2019.05.09 5468
68 강우일 주교 "제주 4.3 비극에 대해 미국의 진솔한 사과 바란다." 센터알리미 2019.05.07 5331
67 제주 비자림 시민모니터링단과의 연대 센터알리미 2019.04.06 4742
66 구럼비 발파 7주년 행사 센터알리미 2019.03.09 4808
열람중 [기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집무실 복귀 시나리오(?)의 전말 _ 제2공항 단식투쟁 관련 센터알리미 2019.01.09 5304
64 [기사] '카약 출항 봉쇄' 맞섰던 제주 강정마을 주민 6명 무죄 확정 센터알리미 2019.01.02 5043
63 [추모제] 故 양용찬열사 27주기 추모제, "열사 정신 기리며..." 센터알리미 2018.11.12 5723
62 [수상] 강정지킴이 2018레드어워드 수상 센터알리미 2018.11.09 5073
61 [전시회] '두 개-그래서 강정이야기' 엄문희 사진전 개최 센터알리미 2018.11.08 5767
60 [제2공항] 제주 제2공항 반대 1만인 참가자 모집 센터알리미 2018.11.08 5526
59 [행사] 고길천 개인전 바라본다 Seeing (1990-2018) 센터알리미 2018.11.08 5459
58 [기자회견] 제주해군기지 앞 불법채증 및 사찰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센터알리미 2018.10.09 4832
57 [서울기자회견] 제주의 군사기지화 선포와 해군 국제관함식 반대한다 센터알리미 2018.10.09 4769
56 [공동행동제안서] 2018 해군 국제관함식 반대와 평화의 섬 제주 지키기 공동행동 제안 센터알리미 2018.10.09 5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