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적 선전전인 친선축구대회를 규탄한다!
제주해군기지 민군복합시설인 운동장에서 강정마을회와 제주특별자치도청, 제주경찰청, 해군 제7기동전단이 화합과 상생을 상징하는 친선축구대회를 11월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가 넘도록 진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에 관계자와 선수단만 참여했을 뿐, 대부분의 마을주민들은 소식조차 모르고 참여하지도 않았다. 언론을 통해 이러한 행사가 기획되고, 진행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 우리는 황망하기 그지없다.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은 해군과 주민, 행정과 주민, 경찰과 주민 간의 갈등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마을 내의 찬반 갈등으로 인해 친인척 간의 불화, 이웃 간의 불화, 친구끼리의 불화로 이어졌고, 200개가 넘던 자생단체와 동호회들이 와해되었고, 명절과 차례, 제사, 대소사는 물론 조상묘 벌초문화도 소멸되다시피 하였다.
해군기지건설과정 10여 년 동안 이어왔던 갈등은 제주 국제관함식 추진과정에서 100년 갈등으로 비화되었다. 해군기지 건설 찬반과 국제관함식 찬반이 뒤엉켜 해묵은 감정에 새로운 상처가 더해진 탓이다. 즉, 강정마을 갈등 문제는 국가가 개입하여 주민들 간의 찬반 갈등을 격화하여 마을공동체를 깨뜨렸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제주도정, 서귀포시, 경찰, 해군, 국정원, 기무사 등이 일정 부분 개입하였기에 책임이 무겁다 볼 수 있고, 풀어야 할 갈등도 당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정작 청와대와 총리실 등 국가가 빚어낸 갈등은 어떻게 할 것이며 무엇보다 주민 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화합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기획된 것처럼 보이는 친선축구대회에 강정마을회가 동조하고 참여하였다는 사실에 참으로 참담한 심정과 함께 그 어리석음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강정마을회는 향후 주민들에게 이 행사를 알리지도 않고 갈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는 행보를 한 것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런 기만적인 행사를 기획한 곳이 해군이 아닌 오영훈 도정이라는 것에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오영훈 도정이 취임 직후 갈등해소를 도정과제로 내세우며 강정마을회를 방문하며 추진되기 시작된 행사라는 것이다. 도저히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전제로 한 선석 배정, 아무 경제적 효과도 없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남서방파제 해오름 노을길 활성화, 당사자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사면복권 등을 미끼로 ‘민-관-군 협의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도정이라는 타이틀을 선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산적한 제주도의 난개발 문제 – 제2공항 건설 문제, 비자림로 확장 공사, 선흘 2리 동물테마파크,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문제, 제성마을 벚꽂나무 벌목 문제, 서귀포시 우회도로 건설 갈등, 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문제 – 들은 외면한 채, 가장 손쉬워 보이는 강정마을회와 손잡고 이미지 정치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가식을 넘어선 가증스런 행태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미래에 닥쳐올 예견된 재앙을 대비하는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닌, 과거의 망각 속으로 도망가는 매우 유아적이고 유치한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오영훈 도정에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제주도정과 해군이 진정으로 사죄하는 자세로 강정마을과 동행을 하고 싶다면 기만적인 홍보 행사인 노래자랑 대회나 친선축구대회 따위를 기획할 것이 아니라, 2개의 진입도로 공사 추진으로 강정의 보물이자 서귀포 시민들의 주요 식수원인 강정천을 파괴하는 행위부터 중지하고, 마을 고유의 자연환경 보존과 마을의 전통적 미풍양속 회복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진정한 갈등 해소의 시작인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 갈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것이다.
나날이 악화되어가는 남북관계와 동북아 균형, 한일관계까지 일촉즉발의 전쟁 분위기 속에서 해군기지와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강정주민의 심정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제주도정과 해군은 더 이상 주민들을 기만하거나 이간질하는 태도를 멈출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22. 11. 28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